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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경수의 ‘가석방 불원서(不願書)’ -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12-19 21: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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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석방 불원서(不願書).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옥중 서신이 정치적 파장을 몰고 왔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창원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무죄를 주장하며 가석방도 거부한다는 손 편지를 부인이 공개했다.

    김경수의 메시지는 날이 서고 저항이 꿈틀거린다. 잘못 없는 ‘억울한 옥살이’에 방점을 찍는다. 가석방은 ‘뉘우치는 빛이 뚜렷한’ 등의 요건을 갖춘 수형자 중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자신은 무죄인 만큼 ‘개전(改悛)의 정(情)’은 없다는 게 요지다. 영어(囹圄)의 시간은 무죄 당위성의 확신으로 자신을 옥죄었다. 신념을 담금질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립각을 곧추세웠다.

    신년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복권 없는 사면’ 카드는 받지 않겠다는 정치적 베팅이다. 출소를 앞두고 사실상 ‘옥중 정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김 전 지사를 면회한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김해을) 의원은 “더욱 단단해져 돌아올 것”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김 전 지사의 사면은 정치생명과 직결한다. 그의 형기 만료는 내년 5월 4일이다. 복권이 안 되면 2028년 5월까지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2024년 총선은 물론, 2027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1967년생인 그가 60대 초반 정치적 재기는 가능하다. 다만 지금 같은 관심을 받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정치는 생물’이란 관용어의 역설이다.

    사면은 형사사법 절차에 의하지 않고 형 선고 효력의 상실, 공소권 소멸, 형 집행을 면제하는 대통령 특권이다. 법률적 관점에서 사면권은 법치주의, 권력분립, 평등 원칙에서 벗어난다. 그런데도 현대 국가에서 이를 헌법상 제도로 도입하고 있다. 즉, 사면은 도덕적 가치의 영역을 넘어선다는 얘기다. 고도의 정치 행위이자 통합의 히든카드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여당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김경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최측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연말에 특별사면해 ‘진영 통합’에 방점을 찍겠다는 구상은 스텝이 꼬였다. 김경수의 ‘가석방 불원서’는 정곡을 찔렀다. 형기가 불과 4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실익 없는 가석방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항변은 진영논리로 확산했다.

    여권은 들끓었다. “반성은커녕 양심수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이는 김경수의 정치적 상징성을 의식한 공세다. 경남지사와 ‘노무현 성지’ 김해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경력과 ‘친문(친문재인) 적자’라는 수식어가 그의 ‘몸값’이다. 출소와 함께 당장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 보수 진영으로서는 다분히 위협적인 존재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 김경수에게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을 낮게 보는 배경이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안으로 내부 갈등을 촉발할 경우의 수는 선택의 여지가 충분한 ‘정치 방정식’이다.

    김 전 지사 부인은 “따스한 봄날! 더욱 강건해진 모습으로 여러분께 함께 인사드리겠다”고 했다. 강건(剛健)은 ‘의지나 기상이 굳세다’는 의미다. ‘복권 없는 사면’ 거부에 따른 5월 만기 출소 각오다. 정치적 선명성 부각이자 지지층 결집 시그널이다. 27일 국무회의에서 특사 대상자를 의결한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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