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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우리의 소원- 차상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2-12-12 19: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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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본래 가사가 있겠지만 아무튼 내가 배워서 기억하고 있는 가사는 이렇다. 무지하게도 ‘통일’로 알고 있었는데 제목은 ‘우리의 소원’이다. 옛 기사들을 찾아보니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가 만들어진 건 1947년이라고 한다. 1945년 해방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 8월 15일)도 전이어서 미군정 시절이었다.

    당시 중앙방송의 3·1절 특집 노래극의 삽입곡으로 만들어진 노래인데, 석영 안석주 선생이 노랫말을 썼고, 그의 아들인 안병원씨가 곡을 붙였다. 병원씨는 당시 서울대학교 음대에 재학 중이었다. 처음 노래가 만들어졌을 때 가사는 지금과는 달랐던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독립’이었다고 한다. 3·1절 특집극의 삽입곡이었으니 그렇기도 했거니와 당시는 해방은 됐지만 군정하였기에 완전한 독립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았을까?

    아무튼 이승만 정권이 들어서면서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 노래를 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사도 ‘독립’ 대신 통일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북진통일 혹은 흡수통일에 대한 의지도 담겨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노래는 계속 살아남고 불려졌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부산으로 유엔군이 들어올 때 환영식에 이 노래가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노래지만 1989년 임수경이 평양축전에 갔을 무렵엔 이미 북한에서도 알려진 노래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 남북 공동선언에 서명한 후 함께 이 노래를 불렀고, 서울에서 열린 평양어린이예술단 공연에서도 예술단이 마지막 순서에 이 노래를 불렀다. 아무튼 우리나라 현대사를 관통해 온 노래임이 분명하다. 요즘 교과서에도 이 노래가 실려있는지 모르겠다. 몇 해 전이지만 아들에게 이 노래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모른다고 해서 알려준 기억이 있다.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미국)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중공(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사이에 맺은 협정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정전협정이다. 내년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다.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정전에 관한 얘기도 계속 흘러나오지만, 정전 70주년을 맞은 내년은 또 다른 의미가 될 것 같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근원적인 물음을 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통일을 이룬 독일이 현재까지도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보면서 통일보다는 다른 형태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이들 역시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우리의 소원’인 통일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남북관계는 또 경색되는 것 같고 언제 다시 대화의 물꼬를 트고 또 긴장이 완화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

    노래의 영향일까 아니면 우리 마음속에 통일은 해야 하는 것이라는 신념이 생긴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통일이 필요하고 언젠가는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것에 또 많은 이들이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전이 70년이지 해방부터는 더 오랜 세월이다. 끊임없이 만나고 대화하고 또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고 내년은 또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차상호(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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