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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02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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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리의 마지막 소풍- 이영인(희연호스피스클리닉 원장)

  • 기사입력 : 2021-02-22 20: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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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참 추웠던 지난 1월, 꽃집에 꽃을 사러갔더니 꽃집 사장님께서 서비스라며 나뭇가지 두 개를 주셨다. “이게 뭐에요?”했더니 여기서 잎이 곧 나올 거란다. 물도 갈아줄 필요 없고 계속 채워주기만 하면 잎이 날거니 그 새싹을 기다리면서 봄을 느껴보라고 하셨다.

    긴 덩굴같은 나뭇가지를 들고 집에 와 예쁜 병을 골라 나뭇가지를 꼽아두었다. 언제나 잎이 나려나 했는데, 한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작은 입눈들이 나뭇가지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곧 올 봄을 미리 터뜨리는 것처럼 잎이 피어난다. 정말 봄이 오나 보다.

    코로나가 오기 전 지지난 봄에는 다같이 병원 옆 공원으로 소풍을 갔었다. 투병생활을 시작한 후 환자분도 보호자분들도 꽃놀이 한 번 못가고 병원에만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환자분들은 다들 바깥바람을 쐬고 싶으신데, 보호자분들은 환자를 모시고 나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속수무책이니 다들 병원 밖 나서기를 무서워하신다. 그래도 이 아름다운 계절을 지나칠 수 없으니 길을 나서보기로 한다.

    걸으실 수 있는 분, 휠체어를 타실 수 있는 분들을 모시고 산소통을 옆에 끌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비상약을 챙겨들고선 나와 간호사, 복지사 그리고 봉사자가 병원 옆 공원으로 대여정을 떠난다. 우리 치료견 호피도 덩달아 신이 났다. 꼬리를 흔들고 앞장서서 뛰어간다.

    횡단보도를 건너 야트마한 경사로에 영차영차 휠체어를 밀어 공원 초입으로 들어서는데 모두의 얼굴에 행복의 미소가 드리운다. 공원 테이블에 예쁜 테이블보를 깔고 김밥, 족발, 통닭, 떡볶이까지 차렸더니 완벽한 피크닉이다. 흩날리는 벚꽃잎을 맞으며 다 같이 웃음꽃이 핀다. 1시간 남짓한 잠깐의 외출에 모두가 행복해졌는데. 코로나 덕분에 이제 병실 창문 밖으로 그 공원을 볼 수밖에 없다.

    이제 백신이 들어오고 코로나가 종식되면, 다시 그 공원에 환자분들과 가족 분들을 모시고 다같이 소풍을 갈 수 있겠지? 올해의 흩날리는 벚꽃잎은 환자분들과 함께 맞아보는 상상을 해본다.

    이영인(희연호스피스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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