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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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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오늘은 유지만 하고 내일에 대비하자- 정장영(에스엠에이치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20-04-07 20: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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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의 확산이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미국, 유럽에서조차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기의 강력한 출입국 제한 조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의료진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진정세로 돌아서서, 역설적으로 방역 모범국가로 대접을 받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4월 2일 기준, 세계 181개 국가로부터 입국금지 및 제한을 받고 있고, 심지어는 중국, 베트남, 인도 공장의 설비 가동을 위한 엔지니어들조차 출입이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CNN이나 BBC 뉴스를 보다 보면 “Dangers of spreading economic nationalism”, “Trouble with the ‘corrosion’ of globalization” 등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거리 두기’, ‘자가격리’ 정책이 국가 간의 고립을 초래하고 세계화에 역행하는 국수주의의 등장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모든 나라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이하여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15일 7000억 달러의 양적완화 조치에 이어 2조 달러의 헬리콥터 머니 법안을 통과시켰고, 우리나라도 소상공인을 위한 각종 지원금과 중소기업을 위한 융자 혜택 및 보증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급한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은 접수도 어렵고 접수한 뒤에도 언제 자금이 나올지도 기약이 없다고 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자금이 결국은 부채이고 돌려막기에 불과한 대책이라 근본적인 지원책이라 할 수 없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수요부진과 공장 가동률 급감, 세계의 시장인 미국의 무역제한이 눈앞에 다가왔다. 우리끼리 먹고 살 수 있는 먹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오랫 동안 석유화학, 원전, 석탄화력, 조선해양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대한민국 수출의 한 축을 담당해 왔고 고용 창출의 주인공이었다.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 업그레이드, 항만, 원료 터미널 등등 중장기 계획에 들어 있는 플랜트 사업계획을 조사해서 이를 앞당기는 정책이 필요하다. 파격적인 금리 인하와 인·허가 장벽 완화,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가 주도하는 개발 반대 시위도 자제해야 한다.

    다음으로 수출시장을 전략적으로 절실하게 관리해야 한다. 자동차나 반도체, 휴대폰 같은 제품은 일류기업에 맡겨두고 여타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활로를 터주기 위한 국가의 정책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산업의 전 부문이 중국과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음을 정부가 잘 알아야 한다. ‘2019년 수출 10년 만에 두 자릿수 하락에 13개월 연속 하락세’, ‘50대 기업 작년 영업이익 반 토막’ 코로나 사태의 여파가 미치지 않는 상태의 신정부의 성적표다.

    하지만 이 와중에 경제성장을 견인할 정책을 주문할 생각은 없다. 일단 기업이 버텨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가격이 지배하는 산업분야는 최소한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보류하든지 정부가 임금 지원을 하든지 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경쟁력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선별적으로 출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치와 사업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해서 주변국들과의 교역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나 공기업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해외 개발 사업의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가능한 대형 해외프로젝트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오랜 세월 숱한 위기를 딛고 우뚝 선 대한민국 경쟁력의 주체인 국민과 기업이 일궈놓은 번영의 역사가 코로나19에 꺾이지 않고 재점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아니 그저 숨 쉬고 버티기 위해 처절한 자구책을 내놓고 있는 이때, 정부의 자화자찬보다 냉혹한 현실 인식과 진정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냉정하고 정확한 정책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정장영(에스엠에이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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