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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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색 짙은 경남서 우리 존재 알렸어요”

경남 첫 퀴어축제 1000여명 참여
반대단체와 충돌 없이 행사 마쳐

  • 기사입력 : 2019-12-01 21: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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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소수자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개최된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가 지난달 30일 오전 11시부터 창원시청 광장 남측 중앙대로에서 열렸다. 전국 퀴어문화축제에서 올해 가장 마지막으로 열리며 보수적인 곳에서 열린다는 의미를 담아 ‘무지갯빛 해방물결 완성은 경남이다’를 내걸고 시작된 이날 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 1000여명이 함께했다.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창원중앙점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창원중앙점 옆 중앙대로에서 열린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부스행사에는 경남장애인권리옹호네트워크, 창원시 평화인권센터, 대학 성소수자 인권 모임(경상대 ‘Ubique’·경남대 ‘한큐’·영남대 ‘YuniQue’),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 등 도내 단체를 비롯해 전국의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와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인권사무소 등이 30여개 단체가 참가했다. 직접 기념 물품을 갖고 와 부스를 꾸린 주부산미국영사관 다니엘 게닥트 선임영사는 “누구나 사랑할 똑같은 인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지지하기 위해 네 아이들과 함께 왔다”고 밝혔다.

    △자유롭고 따뜻한 축제= 11월 말임에도 낮 최고기온이 14도에 이르면서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벼운 차림으로 부스를 돌아봤다. 메인무대공연 노래, 케이팝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도 있었고, 전국 각지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만났거나 온라인에서 소통한 이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또한 혐오세력의 위협 없는 안전지대인 만큼 성소수자 연인들과 애정을 표현했다.

    동성연인인 니이(23), 복치(27) 커플은 “어떤 다른 퀴어축제보다도 평화롭고, 마음껏 손잡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좋다”고 말했다.

    도내 성소수자들은 보수색이 가장 강한 곳으로 꼽혔던 근거지에서의 개최를 의미있게 받아들였다. 경상대 성소수자모임 ‘유비큐’ 회원은 “늘 다른 지역에서만 열리다 우리가 있는 경남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려서 매우 기쁘다”며 “여기 살고 있는 만큼 아웃 팅(성소수자임이 알려지는 것) 위험도 크지만 아무리 겁나도 경남에 우리 존재를 알리는 일에 참여해야 뜻깊다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축제 직접 와 보니= 퀴어문화축제 첫 참가자들 가운데서는 축제에 참가하게 되면서 성소수자들을 이해하게 됐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회운(56·창원시 의창구 대산면)씨 부부는 “성소수자부모모임 부스에 가서는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듣고 눈물이 났다,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창원시 평화인권센터 인권연구모임 ‘부엉이’ 회원 오경숙(55·창원시 의창구 용지동)씨는 “보수적이었던 사람이라 색안경을 끼고 이런 축제들을 봐 왔는데 실제로 보니 문란하지도 않고 정말 활기찬 축제분위기인 것 같다”며 “주변에서도 그런 데를 왜 가냐 말렸지만 앞으로 제가 그 사람들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이야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오후 4시부터는 축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히는 프라이드 행진이 상남동 일대에서 시작됐다. 은아아파트 앞 도로에서는 교회버스 내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들에 손과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의 통제 속에 행진이 진행되면서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이날 경찰은 두 집회에 19중대, 여경 6제대 등 1400여명을 투입했다.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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