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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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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딸의 아버지- 서상진(경남도 체육지원과장)

  • 기사입력 : 2017-1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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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장 웨딩마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신부의 아버지가 면사포를 쓴 딸을 데리고 입장한다. 신부를 신랑에게 인계한 아버지는 사위의 등을 두드리며 “잘 부탁하네”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아내에게 달려가 손을 잡고 식장을 나선다. 대기시켜 둔 스포츠 카에 올라탄 부부는 단둘이 저녁 노을이 가득한 바닷가 도로를 달리며 진정한 자유를 만끽한다. ‘50세 이후의 자유’를 내세운 한 생명보험 회사의 CF다. 아비 노릇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 그런가, 볼 때마다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 부러운 생각이 든다.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다 아들이 사업으로 진 빚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난 명문 사립대 총장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이가 적지 않다. 아버지가 평생 쌓아올린 공든 탑이 자식으로 인해 송두리째 무너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어디 그 대학총장뿐이랴. 겉보기에는 무탈해 보여도 자식들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부모가 적지 않다.

    집을 넓혀 달라는 40대 아들과 며느리의 성화로 아파트 평수를 줄인 부모가 있고, 자녀들 결혼시킬 때마다 더 먼 변두리로 이사 간 부부도 있다. 자식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늘그막에 단칸 전세방을 전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연금마저 차압당한 이도 있다. 자녀들이 태어나 부모에게 준 기쁨은 잠시뿐 그 대가는 길고 혹독하다는 말이 사실인가 싶다.

    6·25 전후 태어난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인 현재의 60대는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효(孝)를 행한 마지막 세대요,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수명이 늘어나고 직장에서 밀려 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정된 수입이 없는 노후 30년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모든 부모가 더는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자식에게 들이는 돈을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외치는 이코노미스트도 만났다. ‘OECD에서는 수많은 나라 중 한국만 유일하게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와 만나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도 흘려들어서는 안 되고 한국 부모들의 결단을 촉구해야 하는 이유다.

    서상진 (경남도 체육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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