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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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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름다운 거리를 해치는 창원시 도시행정- 서유석(창원대 건축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7-08-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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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중앙역앞 역세권 개발이 한창이다. 중앙역세권 주변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남경찰청과 도의회 사이의 4차선 도로 개선공사는 창원시 도시행정이 가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교통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차도밖에 없던 일부 도로 양측에 보도를 설치해 보행자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사실 언젠가부터 창원시내 도로 가운데 중앙분리대가 설치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보도 변에도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있다.

    중앙분리대나 보도변 가드레일이 보행자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취지는 좋으나, 문제는 교통안전시설들이 실질적인 효과도 미미할 뿐 아니라 가로경관과 가로변 활성화를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옆 4차선 도로는 가로를 따라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가을이면 노랗게 물드는 단풍으로 매우 아름다운 길이다.

    창원시는 관광도시를 시정의 주요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도시행정을 살펴보면 오히려 관광도시로서의 기능과 경관을 저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련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성능조차 의심스러운 중앙분리대와 보도변 가드레일은 투자한 비용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데다 가로경관과 시민들의 보행 편의성을 해치고 있어 관광도시이자 친환경도시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창원시의 가로경관을 해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청 옆 초고층 아파트단지는 재건축 전 5층 아파트일 때가 도시경관과 교통소통 측면에서 훨씬 더 나았다. 진해구 역시 과거 군사비행구역에 묶여 아파트 층수가 제한되던 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도시였다. 관광도시를 표방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창원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이러한 도시행정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이는 도시를 대하는 우리나라 시정책임자들의 식견에도 문제가 있지만,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들과 그에 편승해 자칭 민간전문가들이 시청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공무원들의 입맛에 맞는 자문을 한 결과이다.

    관광도시는 말로만 떠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관광시설이 아니라 뭔가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돈을 들여 한쪽에서 열심히 관광단지나 관광시설물을 만들고 있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도시경관을 망치는 고밀도의 초고층아파트나 보기 흉한 도로시설물을 만들고 있다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진정으로 아름답고 쾌적한 친환경도시, 관광도시로 만들고자 한다면 가로경관을 해치는 이러한 도시행정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서유석 (창원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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