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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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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1% 기적] 누수로 곰팡이 가득한 다인이네 집

40년 된 집, 금 간 사이로 철근 드러나
여름철만 되면 누수로 집안 눅눅해
선천성 질환·정신지체 가진 다인이

  • 기사입력 : 2017-07-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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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오후 8시 3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다인이(가명·10·여)네 집. 이날 저녁부터 조금씩 내린 비로 집안엔 습기가 가득했다. 40년 된 집은 비가 올 때마다 지붕 틈새로 빗물이 스며들었다. 비를 막기 위해 덧댄 합판도 노후돼 누수를 막지 못했다. 처마 밑에는 오래된 콘크리트 조각들이 떨어져 나갔고, 금이 간 사이로 철근이 드러나 보였다. 집안 곳곳에서 젖은 벽지가 일어나고, 곰팡이가 피었다. 폭우가 오는 날엔 빗물로 합선이 발생해 두꺼비 집마저 내려간다.

    여름철만 되면 누수로 집안이 눅눅하고 곰팡이가 생겨 다인이는 폐렴 등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다. 다인이는 태어날 때부터 ‘심방 중격 결손증’ 판정을 받는 등 몸이 약했다. 너무 어려 수술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 2015년 1월 도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심장 검사를 받고 있다. 심장뿐만 아니라 면역 저하로 눈과 귀 등을 치료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지금은 정신지체 2급으로 특수학교에 재학 중이다.

    메인이미지
    지난 17일 오후 다인이 아빠가 누수로 곰팡이가 핀 부분을 가르키고 있다.



    다인이의 건강을 위해서도 지붕을 수리하고 누수 방지를 해야 하지만, 비용이 700만원가량 들어 다인이네 가정 형편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달업을 하는 아빠(50)는 매일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8시까지 10시간 가까이 일해 월 140~150만원을 번다. 하지만 다섯 식구의 식비, 공과금, 교통비, 교육비, 의료비 등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최근엔 풍까지 와 일하다가도 마비 증세가 나타나면 잠시 벽에 기대 쉴 정도다.

    다인이 엄마(38·여)는 2008년 6월 결혼 이민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베트남 사람으로, 본인도 일을 해 생계에 보탬이 되고 싶지만 한국어가 서툴러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엄마는 집에서 부업으로 개당 5원짜리 전자부품 조립을 10일마다 3000개씩 하고 있지만, 수입은 4만5000원에 불과하다. 할머니(74)도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파지를 수거해 생계에 보태고 있다.

    눅눅한 집안과 달리 가족 분위기는 밝다. 지체장애로 감정 표현이 서툰 다인이가 동생 수인이(7·여)와 함께 있을 땐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수인인 언니와 달리 건강해 이러저리 날뛰는 개구쟁이다. 다인이는 수인이처럼 맘껏 뛰어다니진 못하지만, 활력이 넘치는 동생을 술래잡기하듯 따라다니거나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아빠, 엄마, 그리고 할머니도 천방지축인 수인이에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얼굴엔 미소가 배어 있다.

    아빠는 “형편이 좀 어려워도 아이들만 건강하다면 아무 걱정이 없겠다. 그런데 집이 이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비가 오다가 지금은 안 오지만, 또 비가 한바탕 쏟아질 거라는데…. 어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글·사진= 안대훈 기자

    ※후원 문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 055-237-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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