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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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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장실 ‘비밀 동판’ 누가 왜?

집무실 보수하면서 발견…공사비용 출처·내역 기록 없어
김한겸 전 시장, “수맥 있어 禍” 역술인 말 듣고 설치한 듯

  • 기사입력 : 2011-02-28 09: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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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시장실 바닥에서 종이처럼 얇은 동판(銅板)이 발견돼 누가, 언제, 왜 깔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달 초에 청사 2층에 위치한 시장 집무실을 보수하는 공사를 앞두고 바닥 카펫 아래에 동판이 깔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종이처럼 얇은 0.01㎜ 두께의 동판은 118㎡ 규모의 시장집무실 일부에 깔려 있었는데, 시멘트 바닥과 카펫 사이에 본드로 접착돼 있었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이를 권민호 현 시장에게 알렸고, 권 시장의 지시로 동판은 철거됐다.

    동판을 제거하고 새로운 카펫으로 교체하는 작업에는 700여만원이 들었고, 철거한 동판을 고물상에 팔아서 받은 36만원은 세외수입으로 처리됐다.

    이후 동판이 깔렸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으며, 동판을 시공한 작업이 비밀리에 진행돼 당시 정황을 아는 직원은 극소수였다.

    공사비용의 출처는 물론이고, 공사내역과 회계처리 등의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

    직원들이 수소문한 결과, 2003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거제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된 김한겸 전 시장이 집무실을 찾아온 한 역술인의 이야기를 듣고 비밀리에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역술인은 ‘시장실 아래로 수맥이 흐른다. 그냥 두면 화를 당한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고 관계 직원은 밝혔다.

    실제로 많은 수맥이 시 청사 뒤쪽에 있는 해발 566m 계룡산에서 시청사 아래로 흘러들어 수맥측정기구가 강하게 반응됐다.

    “당시 전임 시장이 칠천도 연륙교 건설공사와 관련해 시공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자진사퇴했기 때문에 역술인의 말을 그냥 흘려듣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김 전 시장도 3대에 이어 4대 시장까지 연임했지만, 역시 비리에 연루돼 현재 구속·수감된 상태다.

    이에 대해 거제시 일부 공무원들은 “역술인 말을 믿고 거제시장실 바닥에 동판까지 깐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늦었지만 잘 철거된 것 같다”고 했다.

    신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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