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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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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이정희(진해 영광교회 목사)
중국의 주원장·주기철 목사 같은 도덕적 큰 바위 얼굴은 어디에…

  • 기사입력 : 2008-0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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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녘의 해 뜨는 창을 열면, 항상 바라보이는 큰 바위 얼굴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날마다 언젠가는 자신의 곁으로 다가올 그분의 얼굴로 희망하고 아침을 힘차게 달렸습니다.”

    이 글은 어릴 때 교과서에서 감명 깊게 읽었던 ‘큰 바위 얼굴’의 한 내용이다.

    그 소년의 해맑은 동심의 마음으로 돌아가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의 창을 열고 문 너머로 항상 어김없이 다가오는, 필자 스스로가 조각하여 그려 넣은 큰 바위 얼굴들을 바라본다.

    하나는, 마당재를 건너올라 고즈넉이 솟아 오른 진해 천자바위에 그려 놓은 중국의 명조를 세운 주원장의 얼굴이다. 왜 그의 얼굴인가? 천자봉에 얽힌 전설에 의하면, 그는 웅천 백일 출신이며 거지로 중국에 건너가 명조를 세운 천자가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마당재, 천자암, 장군천, 장천동, 자은동 등이 모두 그와 연관된 명칭들이라고 한다. 이는 전설의 내용이기에 그 사실 여부는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본인으로서나 진해 모든 시민의 가슴속에,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는 귀한 큰 바위 얼굴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소재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하나의 얼굴은 진해시 전체를 대표하듯이 우뚝 솟아오른 곰메 바위에 새겨놓은 주기철 목사의 모습이다. 독립운동가요 순교자이며 한국 개신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평가되는 그의 고향도 역시 주원장과 동일하다. 그의 신앙과 기개, 그리고 신사참배를 거부하면서 끝까지 일제 강점기에 항거하며 ‘일사각오’를 외쳤던 그의 모습은 웅지를 품은 곰메 바위에 큰 바위 얼굴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 더군다나 그의 가는 길을 따라가는 목회자의 한 사람인 필자로서야 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오늘날 우리의 시대!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 소년의 설레는 가슴으로 오늘의 큰 바위 얼굴을 기다려 본다.

    우리 모두의 이런 기대를 위해, 나라의 큰 바위 얼굴이 되겠다고 나섰던 많은 대선 후보들을 이미 보아 왔다. 이제는 또 4월 총선을 위하여 오늘 현실의 척박한 삶의 자리에 저마다 민족과 지역의 얼굴이 되기를 소망하며 많은 이들이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싶은 진정한 큰 바위 얼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나만의 편견이요 오만일까?

    오늘의 진정한 천자바위에 새겨질 지도자로서의 큰 바위 얼굴 주원장은 과연 없는 것일까? 곰메에 새겨질 주기철과 같은, 오늘의 시대가 요구하는 민족애와 도덕적 큰 바위 얼굴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쯤 오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서 조용히 두 바위에 새겨놓은 나 혼자만의 큰 바위 얼굴들을 연상해 본다. 또한 미국 사우스 타코타주에 있는 4인의 미국 대통령의 큰 바위 얼굴들을 부러운 마음으로 연상해 본다.

    그리고 이미 중년을 훌쩍 넘긴 나 자신의 모습을 내 마음의 거울에 비추어 보며 조용히 되뇌어 본다. “나는 과연 내 가정의 자녀들과 내가 섬기고 가르치는 많은 사람들 앞에 늘 항상 그들이 아침 창을 열고 기다리며 바라볼 수 있는 큰 바위 얼굴이 되어 있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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