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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힘이란?

  • 기사입력 : 2007-04-25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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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적 동네에 유달리 악다구니가 센 어른이 계셨습니다. 그때엔 다들 그랬지만 그분은 유달리 꾀죄죄한 차림이었습니다. 다른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가진 것은 쥐뿔도 없는 것이 입만 까졌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가진 것 없으니 입심이라도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퍽이나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만. 당시엔 그 아저씨가 참 놀랍고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몸집은 자그마하지만 싸워서 지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아저씨는 날쌔고 재빠르며 정확도를 자랑하는 ‘설레발’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번 싸움이 붙었다하면 주먹은 절대 쓰지 않고. 입만 가지고 상대편을 완전히 ‘조져’ 놓았습니다. 주먹을 쓰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짐작컨대) 힘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힘이 없으니 힘으로 싸우지 않겠다’는 생각. 대단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가장 잘 쓰는 무기를 골라서 자신이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상태로 상대를 유인한다는 것(이순신 장군의 전술 같네요)입니다. 힘이란?

    시골 성당에서 사목할 때였습니다. 초저녁 성당 앞 한길에서. 성당 ‘김모’씨가 씩씩거리고 있고. 다른 신자 한분이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고함을 치고 있었습니다. 내용인즉. 내기 바둑을 두다가 싸움이 붙었는데 힘 좋은 ‘김모’씨가 때렸다고 합니다. 쩝. 힘이란 ?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돈 버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결코 쉽게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부자가 되려면 아무리 불쌍하고 어려운 이웃을 보아도 지갑을 꽉 채우고 살아야 합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좋은 분도 많이 계십니다). 이분들은 대부분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여기십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돈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선출직 의원이나 지자체장들께서 복지관을 자주 오시고.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시려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러나 선거철 때에만 꼭 장애인복지관을 찾는 분들이 계십니다. 평소에는 존안(?)을 뵙기가 하늘의별 따기 다가도 이때에는 어찌 그리 인사도 잘하시는지…. 이런 몇 안 되는 분들이 선거에 당선되시고 나면 어깨에 ‘빳지(?)’가 어찌나 빛나시는지 눈 뜨고 못 볼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힘이 권력에서 나온다고 여기십니다.

    입으로 싸우시던 아저씨는 뭐 그리 오래지 않아 힘 좋은 어떤 분들에게 끌려간 후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힘자랑하던 분은 세월에 무뎌져서인지 요즘 조용히 사시고. 돈 좀 있다던 분들 탈세다 뭐다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돈 때문에 고생하신답니다. 권력의 단맛에 빠지신 분들 많이 겸손해지셨습니다. 입심이든. 팔뚝 힘이든. 돈이든. 권력이든 정말 강한 것이 무엇일까를 묵상해봅니다.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신다’(마태 12.20)는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아무리 가망없어 보이고. 약한 이도 감싸 안아주시는 마음.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는 힘은 그 어떤 것도 아닌 ‘연민의 마음’입니다. 백남해 신부(마산시장애인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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