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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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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배운 恨 풀어주는 `창원향토학교'

  • 기사입력 : 2007-04-11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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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외계층·학교 부적응 청소년 등 20여년간 무료교육

    대학교수·교사·대학생 등 35명 월 1~2차례 배움 도와

    “가정 형편이나 말 못할 사정으로 배움의 시기를 놓쳤다면 주저 없이 오십시오.”

    창원시 두대동 창원종합운동장 내 창원향토학교(이사장 김상진)가 소외계층 혹은 제도권 교육을 받지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0여년간 무료교육을 해 온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이 되고 있다.

    지난 1986년 초대 문평래 교장 등 뜻있는 분들이 주축이 돼 정우상가에서 출발한 창원향토학교는 1999년 창원종합운동장으로 이전하고. 이듬해 11월에는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평생교육시설로 인가를 받았다. 이어 하문식 창원대 교수와 김홍주·강해산 선생이 차례로 교장을 맡았으며. 1999년부터는 제5대 김정곤 교장이 8년째 봉사하고 있다.

    사단법인 ‘청소년배움과 나눔’이 운영하는 이 학교는 학교 부적응 청소년들이나 가정형편으로 때를 놓친 이들에게 초·중·고 교과과정을 지도하고 국가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진학이나 사회 진출을 도와 뒤늦게나마 ‘꿈’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운동장 한쪽을 빌려 쓸 수밖에 없어 교무실과 교실 3곳(초·중·고등반) 등 모두 37평 규모의 보잘것 없는 규모지만 이곳에 모인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배움의 터전이다. 강의는 월~목요일 주·야로 운영하며 주간반은 오전 10시~오후 1시40분. 야간반은 오후 6시30분~밤 10시에 한다. 학생수는 모두 101명. 31~50세가 57명으로 가장 많고. 15~30세는 26명. 50세 이상도 14명이나 된다. 중·고등반 승급은 검정고시 합격으로 이뤄진다.

    지도교사는 현직 대학교수를 비롯해 초중등 교사. 대학생. 일반사회인 등으로 모두 35명. 누구든 뜻있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강사로 자원할 수 있고 월 1~2차례 무보수로 강의한다. 이 중에는 홍근표(52) 창원고 교사와 창원시청 공무원 정태준(54)씨가 7년째 ‘지킴이’ 봉사를 하고 있고. 남재우(45) 창원대 사학과 교수와 김동한(32) 창원대 공대 전임강사도 동참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 이 학교를 수료한 박익수(64)씨는 창원전문대 유아교육학과에 재학 중이면서 자신이 받았던 은혜를 후배들에게 되돌려 주고 있다.

    지난 9일 월요일 오전 11시 창원종합운동장 내 창원향토학교. 10평이 채 못되는 고등반 교실. 주간반 사회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10대 소년에서 30~40대 아줌마. 60대 할머니까지 다양한 세대로 어우러진 교실은 강의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 학교 엄기영(66) 교감은 그동안 배출된 학생수는 매년 약 30명씩 대략 600~700명쯤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한 해에만 4년제 대학교 2명. 2~3년제 대학 13명 등 모두 15명이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뤘다.

    졸업생 중에는 인간승리 드라마도 다수 있다. 이 모(여·53)씨는 이혼하고 창원 모 업체 기능공으로 근무하며 딸 2명을 키운 후 40대 후반에 입학. 3년 만에 초중고 과정을 모두 마치고 대학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의령 모 복지재단에서 복지사로 근무중이다. 또 김 모(남·48)씨는 어렵게 향토학교를 마친 후 공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창원공단내 모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 모(여·30)씨는 초등 4학년 때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시련으로 학교를 중단했으나 2년 만에 초·중등 과정을 마치고 정규 고교와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교사로 우뚝 섰다.

    건물 임대료와 운영비. 기타 경비 등을 포함한 연간 학교운영비는 2천만원. 창원시로부터 1천300만원을 지원받고 나머지는 법인과 교직원 분담. 후원·성금 등에 의존하지만 부족한 실정이다.

    김상진 이사장은 “우리 사회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라 남모르게 하려고 했는데 알려지게 돼 부끄럽다”면서 “김정곤 교장·엄기영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자원교사들의 숭고한 뜻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이상목기자 sm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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