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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부끄러움을 아는 자세

  • 기사입력 : 2007-04-11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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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우리들이 사는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너무 자주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비행과 범죄는 그 선을 넘어섰고 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그리고 부부사이에서도 윤리와 사회규범이 무너져버렸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것은 범죄행위 그 자체보다도 더 무서운 범죄행위라 생각됩니다.

    현대사회에 있어 우리들이 가져야 할 마음자세 중의 하나가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입니다. 부끄러움은 어떤 행동을 잘못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그래서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는 마음 자세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내 삶을 돌아보니 잘못한 것이 너무 많아 떳떳하지 못해 고개를 들 수 없다는 마음이 부끄러움입니다.

    불교경전에 이런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부처님의 제자인 사리불은 다른 수행자들에게 “만약 수행자가 부끄러움이 없다면 사랑과 공경하는 마음을 잃게 됩니다. 이 마음이 없으면 바른 믿음이 만들어지지 않고 바른 믿음이 없으면 바른 생각을 일으킬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리불은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을 껍질이 벗겨진 나무에 비유했습니다.

    “만약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면 속살이 상처를 입게 되고. 속살이 상처를 입으면 줄기가 상처를 입게 되고. 줄기가 상처를 입으면 가지가 상처를 입게 되고. 가지가 상처를 입으면 나뭇잎이 상처를 입게 되고, 나뭇잎이 상처를 입으면 꽃이 상처를 입게 되고. 꽃이 상처를 입으면 열매가 상처를 입는 것과 같습니다. 수행자가 부끄러움을 잃는 것은 이와 같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한 행위에 대해 정말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 사회는 밝아지고 평안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위에 대해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여러 가지 이유와 상황으로 자신의 행위를 모면하려고만 합니다. 자신의 잘못된 행위의 모든 결과를 남의 탓으로 돌리려고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자신의 내면적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자신이 한 선행을 다른 사람에게 굳이 알리려는 것을 마다하는 그런 분들도 이 사회에 많이 계십니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려고 하는 그런 마음이 바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입니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아닌데 뭐 그것을 자랑할 것이 있나하고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는 것을 꺼려하는 것을 정보매체를 통해 자주 접할 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따뜻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들의 삶의 목표에 대해 거창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일상생활 속에서 나누는 마음을 가지면서 부끄러워할줄 아는 마음을 가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신공스님(통도사 창원포교당 구룡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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