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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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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듣고 싶은 길] 사천 실안 노을길

노을, 하늘과 바다와 만나 화룡점정

  • 기사입력 : 2023-11-30 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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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9대 일몰 실안낙조
    붉게 물든 환상 길 걷다보면
    힘들고 슬펐던 기억도 사르르
    이국적인 정취 삼천포마리나
    노을 맛집 삼천포대교공원 등
    가는 곳곳 형형색색 풍경 일품


    실안낙조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전국 9대 일몰 중 하나다. 잔잔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바다와 완만하게 솟아 있는 섬, 어부들의 삶의 터전인 죽방렴 등이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다른 일몰명소와 비교해 또 다른 특별함을 담고 있다. 실안 노을길을 걸으며 한 해를 돌아보자. 실안 노을길에서 보낸 시간은 힘들고 슬펐던 기억마저 이해하고 감사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노을전망교에서 바라본 실안낙조. 용 두마리 뒤로 황홀한 노을이 펼쳐져 있다.
    노을전망교에서 바라본 실안낙조. 용 두마리 뒤로 황홀한 노을이 펼쳐져 있다.

    ◇충무공의 정신이 깃든 ‘모충공원’

    모충공원 정자전망대 주변 풍경
    모충공원 정자전망대 주변 풍경

    실안 노을길의 출발점은 모충공원이다. 완만한 언덕으로 이뤄진 공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북이 등껍질과 닮은 지형이다. 모충공원은 이순신 장군의 사천해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으로 원래 지형 그대로를 이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거북선이 처음으로 출항한 해전인 사천해전과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모충공원이 ‘거북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여 있어 신기하게 다가온다. 모충공원은 아직 매서운 겨울바람을 만나지 않은 탓인지, 12월을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가을 빛깔을 간직하고 있다. 공원 곳곳에 붉은 단풍이 만발해 있다. 모충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타오르듯 붉게 물든 단풍을 사진에 담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모충공원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추모기념비가 세워져 있고 그 맞은편에는 정자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나무 사이에서 사천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한 푸른 바다는 잔잔하면서 영롱한 빛깔을 뽐내고 있다.

    ◇이국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삼천포마리나’

    삼천포 마리나에 정박된 요트들
    삼천포 마리나에 정박된 요트들

    노을빛 카페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삼천포마리나에 이르니 하얀 요트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다. 아쉽게도 항해 중인 요트는 볼 수 없지만, 정박된 요트만으로도 주변 풍경이 이국적으로 느껴지고 평안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드넓은 바다가 주는 편안함을 만끽하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가려는 게 아닐까….

    ◇여행길에 만난 쉼터 ‘노을빛 공원’

    노을빛공원
    노을빛공원

    영복마을 입구를 지나 10여 분 걷다 보면 작은 공원 하나가 나온다. 바로 ‘노을빛 공원’이다. 이 작은 공원에는 안내판 하나를 볼 수 있는데, 이 장소가 ‘박서진길’ 종점임을 알려주고 있다. 박서진길은 2023년 9월 사천 출신의 트로트 가수 박서진씨를 기념하기 위해 지정한 길로 삼천포용궁수산시장에서 노을빛 공원까지 이어져 있다.

    영복마을 입구부터 산분령에 도착하기까지 마땅히 쉬어갈 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에 노을빛 공원에서 잠시 머물 것을 추천한다. 깨끗이 잘 관리된 공원이며, 바다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여유로움이 가득한 바닷가마을 ‘산분령’

    실안노을길 산분령 지점
    실안노을길 산분령 지점

    노을빛 공원을 지나 5분 정도 걸으면 산분령 마을이 나타난다. 산분령 마을에서는 어디서나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어선들이 정박된 항구에서도 그렇고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좁은 골목에서도 하늘은 활짝 열려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산분령 마을에서는 조급한 마음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산분령 마을은 여유로움이 가득한 바닷가 마을이다.

    하늘 높이 떠올라 있던 해가 바다를 향해 내려앉고 있다. 산분령 마을에서도 노을을 감상할 수 있지만, 더 멋진 노을을 기대하며 노을전망교를 향해 발길을 돌린다.

    ◇실안낙조 감상 명소 ‘노을전망교’

    노을전망교
    노을전망교

    무지개 빛깔을 담은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노을전망교에 다다른다. 노을전망교는 2021년 9월 개통한 곳으로 육지가 아닌 바다 위에서 실안낙조를 감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노을전망대에 오르자 실안낙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저물어가는 해는 먼저 하늘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이어 바다도 하늘과 같은 색으로 바꿨는데, 온 세상이 황금빛으로 가득 차자 탄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바로 말로만 듣던 실안낙조구나!” 실안낙조가 전국 9대 일몰 중 하나임을 실감할 수 있다. 노을전망교에는 용 두 마리로 이뤄진 포토존이 있다. 각각 와룡이와 구룡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여의주 하나를 가운데 두고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이다. 승천하는 두 마리 용과 함께 노을 풍경을 바라보니 상서로운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금빛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니 한 해 동안의 모든 일들이 감사하게 다가온다. 몸과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도, 슬픔과 아쉬움이 가득했던 일도 잘 버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물어가는 해는 후회를 기대감으로 바꿔 준다.

    ◇다리 위 노을 풍경 ‘삼천포대교공원’

    저물어가는 해 위로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있다
    저물어가는 해 위로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있다

    삼천포대교공원으로 이동해 노을 풍경 감상을 이어간다. 삼천포대교공원에서는 삼천포대교와 사천바다케이블카의 모습을 노을 풍경과 함께 바라볼 수 있다. 삼천포대교공원에 이르자 금빛이던 하늘이 붉게 변하기 시작한다. 붉게 변한 하늘은 황홀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태양 위로 지나가는 케이블카, 대교 주탑 위에 머물고 있는 해, 관람차 중심으로 들어온 태양 등 장면마다 가슴속에 선명히 박힌다.

    ◇수군의 쉼터에서 시민의 공간으로 ‘대방진 군영숲’과 ‘대방진굴항’

    대방진굴항
    대방진굴항

    대방진 군영숲과 대방진굴항을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잡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을 맞춰봐야 한다. 순서상 마지막 장소이지만, 노을전망교와 삼천포공원에서 노을의 아름다움에 빠져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금세 어둠이 깔려 대방진 군영숲과 대방진굴항을 구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을전망교부터 가지 않고 대방진 군영숲과 대방진굴항을 먼저 둘러보거나 아니면 다음 날 아침에 들르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사실은 어둡기 전에 방문해야 한다. 대방진굴항은 면적 2099㎡(635평)의 인공 항구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군선과 어선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 항구가 육지 안쪽으로 들어와 있으며, 항구 주변으로 나무를 빽빽이 심어 왜구의 눈을 피하게 했다. 대방진굴항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대방진굴항은 군항이지만 정원 속 호수인 것처럼 평온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대방진 군영숲은 대방진 군영에서 근무하던 군인들의 휴식처로 전해진다. 대방진 군영숲은 과거에는 군인들의 쉼터였지만, 현재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야경도 아름다운 ‘삼천포대교’와 ‘노을전망교’

    사진공모전 입선작 가작 '노을 지는 삼천포'
    사진공모전 입선작 가작 '노을 지는 삼천포'

    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면 노을이 끝나고 조금 더 실안노을길에 머물러 볼 것을 추천한다. 삼천포대교와 노을전망교는 일몰 풍경도 멋지지만, 야경도 무척 아름답다. 노을전망교와 삼천포대교 모두 야간경관 조명을 갖추고 있다. 세상에 어둠이 깔리면 형형색색의 빛이 발하기 시작한다. 하늘에서는 삼천포대교 조명이, 아래에서는 노을전망교 조명이 빛으로 수를 놓은 듯 반짝인다. 실안노을길에 밤까지 머문다면 황홀함에 매료돼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글= 이주현 월간경남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사천시청

    ※자세한 내용은 월간경남 1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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