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강정(合江亭)에서
꽃잎이 질 때를 기다려
나도 따라 하류로 간다
일몰의 시간
잦아진 남강은 북으로 간다
저무는 곳에서 보면
휘영청
안간힘 속에서 보름달이 뜨고
어느새 더 깊은
급류의 낙동강을 만나는
이 합수(合水)의 장관을
친구여, 가을이 아름답다
아득히
아득히 꽃잎이 질 때를 기다려
나도 따라 지고 싶다
지상의 것들을 지우고 나면
뿌리는 저 홀로 더욱 깊어지리니
☞ 합강정은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 용화산 기슭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간송 조임도(1585~1664) 선생의 학문과 수양 강학처로, 총 322점의 책판인 ‘금라전신록’을 간행한 곳이다.
남강은 함안 법수면에서 북진하여 가야읍 거쳐 대산면에서 낙동강과 합수된다. 낙동강은 태백산맥을 원류하여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는데 이곳에서 남강을 만나 남동진하여 남해바다로 향한다. 이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합강정이 있다.
운이 좋은 보름밤엔 강물 위에 달빛이 긴 띠를 이루며 달려오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예전 사람들은 이 십리 달빛띠를 보며 소원을 빌기도 했다. 가을엔 은행나무 고목 노란빛이 강물에 뜬다.
시·글= 이달균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