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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책]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여기, 당신처럼 우울한 엄마 또 있어요

  • 기사입력 : 2023-10-27 07: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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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서 활동하는 수미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
    본인과 지역 엄마들 삶 통해 ‘엄마의 우울’ 고찰
    월간모임 ‘우살롱’ 열어 엄마들과 공감·소통
    서로의 관심 속에서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담아

    2022년 창원의 책으로 선정된 ‘애매한 재능’을 쓴 수미 작가가 두 번째 산문집을 냈다. 책 제목은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뱃속 아이의 우울을 모두 마셨기 때문에 엄마들은 우울한 게 아닐까 하는 모성애 중심의 생각을 하며 펼친 책.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문장들은 보다 사회적이고 현실적이다.

    2022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0.778명.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 국가인 한국에서 ‘엄마’는 귀하고 소중한 존재다. 그런 엄마들이 위험하다.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과는 무관하게 ‘엄마’라는 지위 하나로 우울증이란 질병에 걸리고 있다.


    저자는 창원에서 딸과 쌍둥이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울음보다 웃음을 선택했던 저자는 5년 전 돌봄과 가사로 쉴 틈 없었던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중 첫 자살 충동을 느꼈다. 그로부터 1년 뒤 찾아간 정신과에서 우울증을 진단받는다. 책은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우울할 수 있는가’와 ‘우울증인 엄마가 좋은 엄마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쓰였다.

    우울증은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창원의 유자녀 여성들의 삶을 통해 엄마의 우울을 고찰한다.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2022년 12월 월간모임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을 주최해 8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줄여서 ‘우살롱’으로 불리는 모임은 다양한 우울을 겪고 있는 엄마들간의 소통에서 시작해 공감과 위로로 이어졌다. 저자가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일화에서 지적한 사회의 문제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직장에서 ‘아빠’라는 지위는 책임감 있고 의젓한 어른으로 다가오지만, ‘엄마’는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장애요소로 받아들이는 지위의 인식 문제. 기술이 발달하고 직업 다변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여성 일자리가 없는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 등. 이러한 목소리는 각주로 표시된 전문가 논문과 통계가 뒷받침한다.

    저자는 “2년 전 독서모임에서 우울한 엄마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때 한 여성이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라고 소개하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마음이 너무 우울한데, 사람들에게 우울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말이었다. 자신은 결코 우울해서는 안 된다는 그에게 이 책이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자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때때로 우울함이 절망으로 빠지게 만들지만, 희망을 애써 기억하며 행복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많은 엄마는 한 아이를 품었던 것처럼, 우울도 품고 살아간다. 부모와 사회의 관심 속에서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는 것처럼, 엄마의 우울도 주변과 사회의 관심 속에서 서서히 나아질 수 있다. 작가는 그렇게 믿는다.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모임은 지난 7월까지 총 8회 진행됐다. 지난 9월부터 ‘우울한 여자들의 살롱’이 수미 작가의 주관으로 창원 어딘가에서 열리고 있다.

    저자 수미, 출판 어떤책, 288쪽, 가격 1만6800원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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