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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책]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너를 사랑하려고 살아온 것 같아”

  • 기사입력 : 2023-09-22 0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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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서 활동하는 김달님 작가 네 번째 산문집
    소중한 가족 잃은 슬픔 ‘사람·사랑’으로 극복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삶의 가치 담아내

    사랑하는 존재들을 떠나보낸 상실감은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으로 확대됐다. 그런 기나긴 애도의 밤을 지나오면서 김달님 작가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사람’과 ‘사랑’에서 찾았다. 달님 작가에게는 ‘떠나갔지만 어디선가 또 만날 사람’, ‘거기에 가면 있는 사람’, 그리고 ‘사랑하려는 사람’이 있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김달님 작가가 네 번째 산문집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미디어창비)’를 펴냈다. 이번 책은 달님 작가가 인생에서 겪은 가장 큰 슬픔을 극복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지난 가을과 겨울, 두 달 사이에 김홍무 할아버지와 송희섭 할머니와 이별했다. 첫 번째 산문집부터 함께 했던 소중한 사람들이다. 모든 장례 절차를 마치자 슬픔이 높은 밀도로 몰려왔다. 그즈음 자주 느낀 감정은 허무함과 무서움. 달님 작가에겐 긴 밤이었다.

    김달님 작가의 네 번째 산문집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김달님 작가의 네 번째 산문집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많은 사람들의 위로가 있었다. 작가는 그즈음 집에 자주 초대했던 수미 언니(‘애매한 재능’의 저자)와 함께 요가를 한 순간을 글로 담았다. 따스한 햇볕 아래 떠오른 시는 한강의 ‘회복기의 노래’. 작가는 그 순간 회복의 시작을 느꼈다. “그리워하는 일에는 언제나 슬픔이 필요하니깐. 내가 할 일은 그저 살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할 때에는 ‘삶은 계속된다’라는 아주 오래된 문장이 햇빛처럼 몸을 어루만져 주었다.”(눈을 감고 부르는 노래 中)

    작가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떠나갔지만 어디선가 또 만날 사람’이다.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할아버지. 제 삶에서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디선가 우리 또 만나요”였다. 이러한 생각은 앞서 장례지도사를 인터뷰한 친구와 남자친구와의 깊이 있는 대화에서 출발한다.(우리 또 만나 中)


    김달님 작가.

    달님 작가에게는 또, ‘거기에 가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거기’는 창원이란 도시의 문화공간·전시회·책방이며, ‘사람들’은 동료 예술인(음악·미술·문학 등)들이다.

    글은 인스타그램에서 LP로 발매한 음반을 같이 듣는 행사를 한다는 피드를 보게 된 것에서 시작한다. 친구라고 부르기엔 망설여지는 구석이 있지만 작가는 행사에 참여하고 몇 년 만에 본 얼굴들과 회포를 푼다. 책방 주인 참미와의 대화를 회상하며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에 분명 이들의 존재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는 달님 작가도 거기 외롭지 않게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거기에 가면 있는 사람들 中)

    20대에는 아이 없는 삶을 확신했다. 30대에는 다를 거라는 지인의 예언은 들어맞을까.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만난 5살 조카를 비롯해 아이와 또래 부모와의 만남이 잦아진 작가다. 어느 순간 달님 작가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손바닥에서 나는 냄새가 있다’는 친구의 말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인정한다. 그런 말들이 자꾸 마음에 남는 건 나도 맡아보고 싶어서, 나를 올려다보는 한 얼굴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싶어서라고.

    “안녕. 아이야. 나는 너를 사랑하려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아.” 달님 작가는 살아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삶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마음을 느끼며, 언젠가 이 말을 들려주게 될까 궁금해진다고 했다.(나는 너를 사랑하려고 中)

    달님 작가의 글은 달님 작가의 삶에서 나온다. 이를 다시금 깨우치게 된 계기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난 ‘이재덕 수필가’와의 대화에서다. 뿐만 아니라 83세의 나이에 매일 새로운 영화 이야기를 하는 ‘이승기 선생님’, 암 투병 중인 서점 운영자 ‘정’, 100만 인구 중 우연히 한번 만났고 두 번을 기대 중인 ‘택시 기사님’,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미화 일기를 쓰는 ‘치에코 씨’가 글 속에, 또 작가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어쩌면 이 기사를 읽는 당신도 해당될지 모를 일이다.

    저자 김달님, 출판 미디어창비, 272쪽, 가격 1만6800원.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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