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8일 (일)
전체메뉴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합천 애플수박

앙증맞은 수박 깎아야 제맛
당도·식감 일반 수박과 비슷하고 크기 작아
손질 쉽고 버리는 부분 적어 1인 가구 수요 증가

  • 기사입력 : 2023-05-12 08:06:49
  •   
  • 애플수박은 일반 수박의 1/3~1/4 크기인 1~2㎏에 불과하고 껍질이 얇아 사과처럼 깎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3년 경북 문경에서 처음 재배된 후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며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다. 수박씨 또한 기존 수박보다 훨씬 작고 물러서 씹어먹거나 그대로 삼키기도 수월하다. 가격은 일반 수박보다 다소 비싸지만 손질이 쉽고 버리는 부분이 적어 1인 가구 시대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당도와 식감은 일반 수박과 비슷하다. 물과 영양 조절에 실패할 경우 과일이 너무 작거나 너무 커져서 터지고 수정에 신경을 써야 하는 등 재배가 쉽지 않다.

    합천서 생산된 애플수박.
    합천서 생산된 애플수박.
    합천지역 한 애플수박 재배농가에 애플수박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합천군/
    합천지역 한 애플수박 재배농가에 애플수박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합천군/

    ◇애플수박 전국 최대 생산지= 지난해 말 기준 합천지역 애플수박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55%를 차지한다. 합천지역 농산물 중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재배한 지 6년 만에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넘어선 것은 대단한 성과다. 이제는 합천군의 효자 농산물로 부상했다.

    합천에서는 쌀, 마늘, 양파, 딸기, 양상추 등이 주요 농산물이다. 딸기의 경우 봄철 수확이 끝나면 후작 작물을 심는데, 예전에는 일반 수박을 재배했다. 딸기 후작 작물로 수박을 재배하면 일반 수박 농가보다 두 달 늦게 시장에 나와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 또 가격 변동 폭이 커서 농가는 불안감을 가지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 농촌 인구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힘이 많이 드는 수박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합천지역 한 애플수박 재배농가에 애플수박이 열려 있다./합천군/
    합천지역 한 애플수박 재배농가에 애플수박이 열려 있다./합천군/
    합천지역 한 애플수박 재배농가에 애플수박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합천군/
    합천지역 한 애플수박 재배농가에 애플수박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합천군/

    ◇여섯 농가들이 2017년 재배 도전= 합천 애플수박 작목반 이장석(율곡면) 대표 등 여섯 농가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 농가에 안정적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작물로 애플수박 재배에 도전했다. 기후 온난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추세 변화도 고려했다. 합천 애플수박은 2~3월에 정식해 5월부터 8월까지 출하된다. 여섯 농가는 첫해인 2017년 17동 8000여 주를 시험 재배했다.

    약 20t가량을 수확해 1동(200평) 기준으로 동당 약 70만원의 소득을 올리면서 희망을 갖게 됐다. 이 희망이 불씨가 되어 더 많은 농가가 참여했다. 2018년에는 13농가가 48동 2만6000여 주, 2019년에는 34농가가 126동에서 190t을 생산했다.

    2022년에는 36농가가 14만8000여 주를 재배해 41만 통을 생산했다. 동당 평균 4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는 15만여 주를 재배해 45만 통을 생산할 예정이다. 1주당 3통이 생산되는 셈이다. 이 수치는 애플수박 수확 시 80% 이상의 정품률을 보이는 높은 재배성공률이다.

    합천서 생산된 애플수박.
    합천서 생산된 애플수박.

    ◇애플수박 재배 성공 요인= 합천지역 애플수박 재배 성공은 농가, 군, 유통회사 삼자 간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다. 가장 큰 비결은 농가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이다.

    초창기 애플수박 재배 농가들은 나방 애벌레가 들어와 어린 열매를 갉아 먹은 일을 경험했다. 열매가 작을 때는 상처가 눈에 띄지 않았으나 수확할 때가 되자 커다란 상처가 드러났다. 크기와 당도는 최상품이지만 상처로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농가들은 속이 타들어 갔다. 합천군청 공무원들이 전량 판매를 도와 재배농가는 손실을 입지 않았다. 이런 경험으로 농가들은 해충 방제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하면서 우수한 애플수박을 생산하게 됐다.

    또 초기 시험재배 시 저온기 수정의 어려움, 수확 시기의 열매 쪼개짐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수년간 여러 품종 재배에 도전하고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나이스샷, 나이스샷 플러스 품종에 대한 재배 기술을 확립해 고품질의 애플수박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이장석 애플수박 작목반 대표의 노력으로 고설재배 딸기 농가에도 애플수박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고설재배란 하우스 토양에 모종을 심지 않고 특수 제작한 틀에 높이 심어 수확이 편리하도록 한 재배 방식이다. 고설재배는 토경재배와 달리 근권부가 지면에서 떨어져 있어 지온보다 기온 영향이 크며, 수분과 양분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시험 재배 초기에는 당도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이 대표의 연구로 고설재배 하우스에도 당도가 높은 애플수박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 낸 재배기술 성과를 작목반 회원 농가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는 합천군 애플수박 성공을 앞당기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애플수박 재배단지 육성을 위한 군의 노력도 큰 힘이 됐다. 합천군은 2019년 애플수박 명품화 단지 조성사업 국비 예산을 확보해 농가 지원에 적극 나섰다. 애플수박은 여름 과일이라 무더위 속에서 수확해야 해 수박도 스트레스를 받고 농가들도 힘이 든다. 합천군은 확보된 예산으로 차광막, 유동팬 등을 생산시설에 설치해 4~7℃ 정도 온도를 낮춰 상품의 질과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줬다. 또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자체 재원을 통해 재배 농가 확대를 위한 모종 보급, 수확 시기에 활용될 전동운반차 지원, 당도 측정기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

    합천군 ‘애플수박’ 출하식.
    합천군 ‘애플수박’ 출하식.

    합천군은 이외 수박 관련 전문 강사를 위촉해 애플수박 재배관리 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영농현장 문제해결 능력 강화 및 품질향상, 생산량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애플수박은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정착됐고 합천군의 특산물로 부상하게 됐다.

    합천군 농업기술센터 이정환 원예담당은 “애플수박 농가는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재배 기술 교육 및 영농현장 지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전량 계약재배로 안정적인 생산 여건을 갖추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합천 애플 수박작목반은 판로 걱정 없이 오로지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에 만족해한다. 이는 농가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수익의 안정성도 확보해 준다.

    합천 애플수박 판매는 농업회사법인 한빛(대표 강철훈)에서 책임지고 있다. 한빛은 3년 전부터 애플 수박작목반과 전량 계약재배를 체결해 소비자들에게 유통하면서 애플수박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1통당 무게 900g, 당도 10브릭스 이상 되는 상품을 농가에 구매해 AK백화점, 롯데마트, 이마트, 탑마트, 하나로마트 등 오프라인에 납품하고 있다. 또 마켓컬리, 쿠팡 등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한빛은 최근 율곡면에 연관 시설을 인수해 애플수박 작목반들과 더 밀접한 소통은 물론 상품 관리 및 지도에 나서고 있다.

    한빛 강철훈 대표는 “애플수박 생산 농가들이 합천군 관내에서 재배부터 수확, 선별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애플수박 작목반의 규모를 더 키우고 농업 현장에 도움이 되는 유통 구조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합천군 하면 애플수박이 생각이 나도록 민·관·사가 적극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명현 기자 mhk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명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