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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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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84)

- 셈, 몇날, 지렛대

  • 기사입력 : 2023-02-15 0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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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54쪽 첫째 줄에 ‘셈이냐?’가 있습니다. 여기서 ‘셈’은 ‘어떤 됨새(형편)나 열매(결과)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이렇게 쓰임이 많은 ‘셈’을 여러 곳에서 자주 그리고 많이 써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우리가 서 있는 곳 아래를 똑바로 파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런 말도 어려운 말을 쓰려고 하면 ‘직하(直下)’, ‘굴토(掘土)’와 같은 말을 쓸 수도 있는데 아주 쉬운 말로 써 주어서 참 좋았습니다.

    셋째 줄에 있는 ‘저 쪽’도 요즘 배움책이었다면 ‘반대쪽’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저쪽’을 ‘반대쪽’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습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씨금’과 ‘날금’은 앞서 ‘위선(緯線)’과 ‘경선(經線)’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라는 것을 알려드렸기 때문에 아시는 분들은 아실 거라 믿습니다.

    여덟째 줄과 아홉째 줄에 걸쳐 있는 ‘둘레보다 얼마나 더 돌게 되느냐?’도 쉬운 말로 풀어 쓴 것이라서 참 좋았고, 밑에서 둘째 줄에 있는 ‘몇 날’도 참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쓰면 ‘몇 일’이 맞는 말인지 ‘며칠’이 맞는 것인지 헷갈릴 일도 없고 참 좋은데 우리 말집(사전)을 찾으면 ‘며칠’로 쓰라고 해 놓았으니 참 답답합니다.

    55쪽 첫째 줄에 ‘지렛대’가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렛대’는 흔히 ‘지레’라고도 하며 ‘무거운 물건을 움직이는 데 쓰는 막대기’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둘째 줄에 있는 ‘수철이들’은 요즘 잘 쓰지 않는 말이라 낯설게 느끼시는 분이 많지 싶은데 옛날 배움책에서 이렇게 썼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둥구런 것이면 굴리면 되지”는 ’요즘 배움책이었다면 “둥근 것이면 굴리면 되지.”라고 했을 것이지만 모두 토박이말로 된 쉬운 월이라 좋았습니다. 그다음 줄에 있는 “무거운 것은 밑에다 둥근 토막을 넣고 밀면 힘이 적게 들지.”도 모두 토박이말로 된 쉬운 월이었습니다. 그다음 줄에 있는 “밑이 얼음판같이 미끄러우면 힘이 적게 들 것이 아니야.”도, 마지막에 나오는 “수철이는 이런 때에는 힘이 얼마나 적게 드는가를 알아보기로 했다.”도 모두 토박이말로 된 쉬운 월이라서 참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때에는’을 요즘 다른 책에서 보면 ‘이런 경우’로 쓰는 걸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이처럼 쉬운 말과 쉬운 월로 된 옛날 배움책을 보면서 저는 또다시 절로 제 두 손을 모으게 됩니다. 곧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운 배움책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될 텐데 그 일을 하시는 분들이 꼭 이런 옛날 배움책을 보시고 아이들에게 될 수 있으면 쉬운 말을 고르고 또 고르기를 마다하지 않으시기를 바라고 또 빕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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