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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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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81)

- 동날, 서날, 북씨, 남씨, 있다, 씨도, 날도

  • 기사입력 : 2023-01-04 08: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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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46쪽부터 4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46쪽 첫째 줄에 ‘날금’이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날금’이 ‘경선(經線)’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라는 것을 말씀드렸지만 처음 보시는 분들을 생각해서 다시 알려드립니다. 여섯째 줄부터 일곱째 줄에 걸쳐 ‘180°씩으로 하여서’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를 요즘 다른 책에서 ‘180°로 분할하고’라는 말을 쓰는 것과 견주어 볼 때 아이들한테는 더 쉬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곱째 줄과 여덟째 줄에 걸쳐 ‘동날 180°와 서날 180°’가 나오는데 ‘동날’은 한자말 ‘동(東)’과 토박이말 날금의 ‘날’, ‘서날’은 한자말 ‘서(西)’와 토박이말 ‘날금’의 ‘날’을 더해 만든 말입니다. 요즘 책에서 쓰는 ‘동경(東經)’과 ‘서경(西經)’과 같은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열째 줄에 ‘씨금’이 나옵니다. 이 말은 요즘 책에서 쓰는 ‘위선(緯線)’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지난 글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우리가 베를 짤 때는 쓰는 ‘날줄’, ‘씨줄’이라는 말을 알면 이 말은 따로 풀이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표준국어대사전에 ‘경선’과 ‘날줄’, ‘위선’과 ‘씨줄’이 같은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것은 ‘있지 않은(가상의) 금을 그은 것’이기 때문에 ‘날금’, ‘씨금’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열한째 줄에 ‘나란히 가는’도 요즘 배움책에서 쓰는 ‘평행한’이라는 말보다는 훨씬 쉬운 말이라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열둘째 줄과 열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쪼개었다고 보았을 때’도 요즘 배움책이라면 ‘분할했다고 가정했을 때’라고 했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습니다.

    47쪽 첫째 줄에 있는 ‘북씨’와 ‘남씨’ 가운데 ‘북씨’는 한자말 ‘북(北)’과 토박이말 ‘씨금’의 ‘씨’를 더한 말이고 ‘남씨’는 한자말 ‘남(南)’과 토박이말 ‘씨금’의 ‘씨’를 더해 만든 말입니다. 오늘날 많이 쓰는 ‘북위(北緯)’와 ‘남위(南緯)’와 같은 말이지요. 여덟째 줄에 있는 “~되는 곳에 있다는 뜻이다.”도 요즘 배움책이라면 “~되는 곳에 위치한다는 뜻이다.”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밑에서부터 셋째 줄에 있는 ‘씨도’와 ‘날도’는 오늘날 많이 쓰는 ‘위도(緯度)’와 ‘경도(經度)’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밑에서부터 둘째 줄의 ‘사이의 날금의 길이’라는 말도 ‘간(間)’과 ‘경선(經線)’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여러 곳에서 토박이말을 살리는 두 가지 길을 말씀드렸습니다. 하나는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나라 갈배움길(국가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배움책(교과서)을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쉬운 갈말(학술용어)을 써서 만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쉬운 말로 된 쉬운 배움책을 만드는 것인데 옛날 배움책에서 썼던 토박이말 바탕의 갈말(학술용어)을 알뜰히 살펴 갈무리한 다음 그런 말을 배움책을 만들 때 쓸 수 있도록 ‘편수자료’에 넣어야 할 것입니다. 물리 교과에서 토박이말로 된 갈말과 한자말로 된 갈말을 함께 실어 놓고 골라 쓸 수 있도록 한 좋은 보기를 모든 교과에서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편수자료를 만들도록 부추기는 데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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