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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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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66)

- 옮아가다, 갑절, 하나치, 줄이다

  • 기사입력 : 2022-04-06 08: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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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22쪽부터 23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22쪽 첫째 줄에 ‘속히’라는 말이 나옵니다. 잘 아시다시피 ‘속히’는 ‘빠를 속(速)’에 ‘히’가 붙은 말로 우리가 잘 아는 ‘빨리’와 비슷한 말입니다. “어느 쪽이 속히 끓게 되느냐?”는 “어느 쪽이 빨리 끓게 되느냐?”로 바꾸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셋째 줄에는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 많이 쓰는 ‘이유’ 또는 ‘원인’이 아닌 ‘까닭’이라는 토박이말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이유’, ‘원인’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까닭’이라는 말을 써 주신다면 배움책에서도 ‘까닭’이라는 말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넷째 줄부터 다섯째 줄에 걸쳐 ‘숯불에서 나오는 열이 물에 옮아가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이라면 ‘숯불에서 나오는 열이 물로 이동해서’라고 했지 싶습니다. ‘옮아가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본래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자리 잡아 가다’는 뜻도 있고 ‘불이나 질병 따위가 퍼져 가다’는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이동하다’는 ‘움직여 옮기다 또는 움직여 자리를 바꾸다’라고 풀이를 해 놓아서 ‘옮아가다’와 더욱 가까운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배움책을 만드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이동하다’를 써야 할 때 ‘옮아가다’는 말을 떠올려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3쪽 넷째 줄에 ‘1000 갑절’이 나옵니다. 이 ‘갑절’이라는 말은 요즘 배움책이나 나날살이에서 ‘배(倍)’라는 한자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낯설게 되어 잘 쓰지 않다 보니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게 된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갑절’을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비슷한 말로 ‘배’, ‘곱’, ‘곱절’이 있다고 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곱절’에는 ‘갑절’과 같이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이라는 뜻으로도 쓰지만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옛배움책에서는 ‘갑절’을 썼지만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에 따르면 ‘곱절’이라는 말을 써야 된다는 것입니다. ‘배(倍)’를 써야 할 때 옛날 배움책처럼 ‘갑절’과 ‘곱절’을 챙겨 썼다면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헷갈리거나 어려워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섯째 줄에 ‘큰갈로리’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을 요즘에는 쓰지 않기 때문에 처음 보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갈로리’는 요즘에는 ‘칼로리’로 쓰고 있고 그 다음 줄에 “1큰갈로리는 1kg 즉 1ℓ의 물을 1℃ 높이는데 필요한 열과 같다”는 말을 볼 때 ‘큰갈로리’는 ‘킬로칼로리’와 같은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덟째 줄에 있는 ‘하나치’라는 말은 앞서 요즘 많이 쓰는 ‘단위’라는 말을 뜻하는 토박이말이라는 것을 알려드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옛날 배움책을 만들 무렵 ‘하나치’를 나타내는 말도 다른 나라에서 쓰는 것을 그대로 쓰지 않고 우리답게 만들어 썼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흔히 쓰는 ‘킬로’를 ‘큰’으로 나타내고자 한 것은 요즘에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다음 줄에 나오는 ‘줄여서’도 ‘축약’해서 라는 말을 쓰지 않아서 참 고맙고 기뻤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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