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과거신문보기   |  
2021년 02월 26일 (금)
전체메뉴

[리뷰] 연극 ‘도시의 얼굴들’, 부정·불의에 항거하는 창원 정신 담아

마산3·3만세의거,3·15의거, 부마민주항쟁 속 창원 시민 이야기
지역성 살려 공감대 형성 했지만 경직된 전개 어색한 사투리 아쉬워

  • 기사입력 : 2021-02-21 10:38:31
  •   
  • 부정과 불의에 항거한 ‘창원의 얼굴들’이 관객들과 마주했다. 창원문화재단이 제작한 창작 연극 ‘도시의 얼굴들’이 지난 18일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첫 막을 올렸다.

    허정도 건축가의 책 ‘도시의 얼굴들’을 각색해 만든 이 작품은 ‘마산 3·3만세의거’부터 ‘3·15의거’,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이야기로 창원문화재단 강제규 대표이사가 총괄프로듀서로 참여해 기대를 모았다.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으로 천만 관객에게 감동을 안겼던 그가 지역의 정체성을 어떤 무대로 구현할지 주목됐기 때문이다.

    이날 첫선을 보인 연극은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와 역사적 사료를 활용한 무대 연출로 지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건 중심의 경직된 전개와 일부 주연 배우들의 어색한 사투리 연기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도시의 얼굴들 공연 이미지/창원문화재단 제공/
    도시의 얼굴들 공연 이미지/창원문화재단 제공/

    연극은 1979년 10월 마산의 한 아귀찜 식당에 기자 원석이 찾아와 가게 주인 영희의 노모 순애를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의 부친 춘석이 털보를 찾고 싶어 한다는 원석의 말에 치매를 앓고 있는 순애는 떨리는 목소리로 털보의 이야기를 풀어 낸다. 극은 순애의 입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어진다. 1909년 구한말 순애와 소년 의병 털보의 첫 만남부터 독립운동을 하던 두 사람의 이야기, 해방 후 그들이 지켜봤던 3·15의거와 부마민주항쟁까지, 순애가 겪었던 역사적인 사건 속에서 창원을 지켜 온 얼굴들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순애와 털보, 춘석이라는 세 인물을 통해 창원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풀어가는 구성은 극 도입부 흥미를 높였다. 마산의 무학산, 남산파출소, 창신고 등 실제 고유 지명의 등장이나 김주열 열사와 부마민주항쟁 현장 사진, 김춘수의 시 등 역사적 자료를 적절히 무대 배경으로 활용한 연출, 그리고 실제 마산 노동야학을 개설한 옥기환, 지역 독립운동가인 명도석, 아동문학가 이원수, 소설가 지하련의 등장은 공감대 형성을 통한 감동을 선사한다.

    도시의 얼굴들 공연 이미지/창원문화재단 제공/
    도시의 얼굴들 공연 이미지/창원문화재단 제공/

    특히 주요 사건마다 주인공과 함께 역사를 만든 ‘창원 시민들의 얼굴’에 집중하는 장면들은 극의 주제 의식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무거운 사건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연으로 등장하는 개성 있는 시민들의 캐릭터들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극은 부마민주항쟁 당시 학생과 시민들이 정부에 진압 당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어두운 조명 아래 비극적인 안무를 연상케 하는 격렬한 움직임 후, 아리랑 선율 위로 희생됐던 10여 명의 시민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외침은 먹먹한 울림을 자아낸다. 이날 극장 객석에서는 장면 중간 중간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꽤 있었다.

    도시의 얼굴들 공연 이미지/창원문화재단 제공/
    도시의 얼굴들 공연 이미지/창원문화재단 제공/

    초연인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일부 주연 배우들의 어색한 사투리 연기는 극 몰입을 어렵게 만들었고, 역사적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대사가 너무 많아 극의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다. 110분의 러닝타임 동안 70년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인물들을 나열식으로 보여주려 하면서 무겁고 경직된 분위기를 연출했고, 인물이나 드라마 등 집중할 만한 요소가 부족해 전반적으로 산만한 전개로 이어졌다. 특히 지역의 역사적 배경지식이 부족한 지역 청소년과 젊은층의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얻기에는 대중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 밖에 18일 공연의 3·15의거 장면에서 학생들이 ‘유신철폐’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나와 세심하지 못한 연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창원문화재단은 이번 초연을 시작으로 매년 정기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만날 ‘도시의 얼굴들’은 또 다른 각색과 연출을 통해 보다 더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문화재단에서 지역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 첫 시도 자체가 의미있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연극은 성종완 작가가 각색해 연출 정범철, 작곡·음악감독 이동준, 무대디자인 이은석, 조명디자인 박성희 등이 함께 만들었다. 주인공인 80대 순애역은 이칸희, 젊은 순애 역은 길은혜, 털보 역은 박정철, 춘석 역은 지찬이 맡았다.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도시의 얼굴들 공연 이미지/창원문화재단 제공/
    도시의 얼굴들 공연 이미지/창원문화재단 제공/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