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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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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35) - 단추, 딸딸이, 심부름꾼, 누름단추

  • 기사입력 : 2020-09-01 08: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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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15쪽부터 1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5쪽 위쪽 그림 밑에 ‘전종은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배움책이라면 ‘벨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라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옛날 배움책에는 같은 뜻을 이렇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둘째 줄에 ‘얼개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에서 ‘얼개’는 앞서 말했지만 요즘 책에서는 ‘구조’라고 합니다. 셋째 줄에 ‘종은 어떻게 우는가?’도 요즘 배움책이었다면 ‘벨은 어떻게 울리는가?’라고 했지 싶습니다. 요즘과 다르게 나타내는 것이 낯설지만 저는 참 반갑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사람들에게 비슷한 뜻을 나타낼 때에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말이나 글도 이처럼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더 기분이 좋습니다.

    넷째 줄에 ‘단추’라는 말이 보입니다. 한 때는 ‘보단’ 또는 ‘보턴’이라고도 했었고 요즘도 많은 곳에서 ‘버턴’이라고 하는 것을 ‘단추’라고 한 것이지요. 왜 무엇 때문에 ‘단추’가 ‘버턴’이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까닭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고 배움책을 쓰는 사람에 달린 것임은 이런 배움책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얇은 쇠판’이라는 말이 쉬운 말이라는 것은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입니다. 아홉째 줄에 ‘전자석이 쇠를 끌어당기니’라는 말도 쉬운 말이고 열째 줄에 있는 ‘일함’이 요즘 많이 쓰는 ‘원리’ 또는 ‘작동 원리’를 뜻하는 말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서 나오는 ‘딸딸이’는 ‘종을 울려 소리를 내는 작은 쇠 방울’을 가리키는 말인데 그 소리를 흉내 낸 말로 참 잘 만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오늘날 다른 뜻으로 쓰이게 되었지만 그 쓰임새와 소리가 만나 만들어진 말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16쪽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키이를 눌렀다 놓았다 하면, 종은 누를 때마다 울 것이다.”는 ‘키이’와 ‘종’을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여섯째 줄에 있는 ‘이어서’는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 많이 쓰는 ‘연결해’가 아니라서 또 반가웠습니다. 열셋째 줄에 있는 ‘어떻게 이어져 있을까?’도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가 아니라 반가웠죠. 여덟째 줄에 있는 ‘심부름군’이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낯설겠지만 옛날에는 저렇게도 나타냈다는 것을 알게 해 줘서 좋았습니다. 한 때 ‘사환’이라는 말을 많이 썼기 때문에 ‘사환’이 덜 낯선 분들이 많지 싶습니다. 오늘날에는 ‘심부름꾼’이라고 하지요.

    열째 줄에 있는 ‘누름단추’는 ‘푸쉬 버턴(push button)’을 토박이말로 뒤친 말인데 참으로 알맞게 뒤친 말이라 생각합니다. 이어 나오는 ‘작만’은 말집(사전)에 ‘장만’을 한자를 빌려서 쓴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이런 적도 있었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많이 안타깝습니다.

    요즘 ‘쉬운 말을 쓰자’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있어서 참으로 반갑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아이들의 배움책에서 쓰는 말을 쉬운 말로 바꾸자는 데까지 이어질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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