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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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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서면 위험” 공포에 갇힌 주민들

[르포] ‘8명 확진’ 합천 가보니
시외버스터미널·시내 인적 끊겨
왕후시장엔 ‘임시휴장’ 플래카드

  • 기사입력 : 2020-02-24 21: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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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위를 한번 둘러봐라. 다들 이 몹쓸병에 걸릴까봐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아이가.”

    24일 코로나19가 집단발병한 대구·경북과 접경인 합천군 상황을 취재하러 갔다가 한 군민에게 ‘왜 이리 사람이 안 보이냐’고 묻자 퉁명스럽게 돌아온 답변이었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확진자 5명이 추가로 확인된 가운데 합천군은 총 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추가 확진자 5명은 모두 신천지교회와 연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합천군은 확진자 8명의 동선에 있던 사업장 등을 폐쇄했다가 일부는 해제했다. 지난 23일 폐쇄 해제된 사업장은 세운할인마트, 소정약국, 왕비세탁소, 가야 야천1구 경로당, 가야면사무소 등이다.

    또 24일에는 황강약국, 합천축협 본점 ATM기, 세운건축인테리어 등이 폐쇄됐다가 해제됐다. 같은날 해제 예정이었던 합천참정형외과, 합천큰약국은 의료진의 자가격리로 인해 29일까지는 진료와 영업이 불가능하다. 김경호내과 또한 문을 닫은 상태였으나 의료진의 자가격리로 오는 3월 5일까지 진료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주말을 보내고 한 주의 시작인 24일 월요일. 이날 찾은 합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또다시 늘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합천군은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고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보건방역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을 되찾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합천군에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24일 오후 합천왕후시장 입구에 합천장날 임시휴장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성승건 기자/
    합천군에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24일 오후 합천왕후시장 입구에 합천장날 임시휴장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성승건 기자/

    ◇ 버스터미널 ‘조용’= 합천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은 이곳이 터미널인지 의심될 정도로 이용객들이 보이지 않았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군보건소에서 나온 직원이 이용객을 대상으로 열화상 카메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이상 증상을 보이면 선별진료소로 안내한다. 터미널 바깥의 버스승강장에도 대기하는 승객은 손에 꼽을 정도다.

    매표소 직원은 “오늘 오후 들어 승객 1명에게 티켓을 판매한 게 전부다”며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확진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승객이 평소에 비해 1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아기가 있는 부모들은 외지에 있는 병원에 자주 오가는데 걱정을 많이 한다”며 “버스 운행여부와 방역 상황 등 문의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군은 합천시외버스터미널 한쪽에 ‘코로나19 현장대응소’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3명의 보건소 직원이 상주하면서 외부에서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하차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체온을 체크하면서 혹시나 모를 의심 환자가 유입될 것을 대비해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 합천왕후시장도 ‘임시폐쇄’= 합천왕후시장은 3일과 8일에 장이 열린다. 마침 이날 상인들은 시장 입구에 ‘코로나19 사전예방을 위한 합천장날 임시휴장’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고 있었다. 상인들은 앞서 23일 열린 장날에 손님이 절반도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경순(85)씨는 “장날이 되면 대구지역에서 상인들이 많이 오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못오게 되면서 시장이 한산했다”며 “이 병이 생기고나서 가게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들 병에 걸릴까봐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상인 A(62)씨는 “가게 문을 열어도 연 게 아니다. 여기저기서 병에 대해 안내를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며 “자식들이 걱정한 나머지 전화를 걸어와 되도록이면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천지인지 뭔지 주위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일도 바쁘지만 불필요한 모임에는 참석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시내도 ‘한산’, 인적 드문 마을에 방송소리만= 인적이 한산한 시골 마을에 시시때때로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내용은 주민들에게 코로나19 감염병 주의사항을 전하는 것이었다. 여러차례 울려퍼진 방송은 공허함을 더했다.

    보건소 인근에 있는 한 경로당을 방문했지만 입구에는 이미 21일부터 폐쇄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채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또 버스터미널을 지나 상가가 밀집한 시내를 둘러봤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많지 않았다.

    폐쇄된 병원과 약국은 오히려 주민들에게 불안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최원호(64)씨는 “폐쇄된 가게를 보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며 “인적도 평소에 비해 30%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합천 시내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확연하게 줄다보니 일찍이 문을 닫는 가게도 볼 수 있었다. 아예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가게도 있었다.

    이민영 기자 mylee7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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