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0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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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머리 고지 영웅, 66년만 아들 품 귀환

국방부, 거제서 고 김기봉 이등중사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

  • 기사입력 : 2019-10-09 05: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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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 화살머리 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김기봉 이등중사의 신원확인 통지서를 받아든 70세의 아들 김종규 씨가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거제시/
    8일 화살머리 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김기봉 이등중사의 신원확인 통지서를 받아든 70세의 아들 김종규 씨가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거제시/

    1953년 7월 10일, 강원도 철원의 화살머리 고지 어느 참호 속.

    고향 거제도에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를 두고 온 젊은 가장의 꽃다운 생이 지고 말았다.

    그리고 66년이 흐른 지난 8일 오후 2시, 참호 속 젊은 아버지의 유품이 아들 손에 전달됐다. 아버지의 유품을 받아든 아들은 70세 노인이 돼 있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날 고(故) 김기봉 이등중사의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거제시 동부면에 있는 고인의 아들 김종규(70) 씨 자택에서 실시했다.

    이날 귀환 행사에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39사단장, 거제시장, 경남 동부보훈지청장을 비롯한 대외기관과 거제경찰서, 거제시 보건소, 6·25참전유공자회 등 10개 보훈단체가 참석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허욱구 단장은 고인의 유품을 담은 ‘호국의 얼함’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고 아들 김씨의 자택에 도착했다. 허 단장은 대문 앞에서 기다리던 유가족들에게 김 이등중사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호국의 얼함’과 함께 신원확인통지서, 국방부 장관 위로패를 전달했다.

    또 유가족 요청에 따라 지난 1954년 수여했던 ‘무성화랑무공훈장’에 대해 훈장수여증명서와 ‘정장, 금장, 약장’을 다시 한번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거제시는 유가족 자택에 국가유공자 문패를 달아줬다.

    아버지의 유품함을 받아든 70세의 아들 김종규 씨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김 이등중사는 1925년 11월 24일 거제시에서 4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27살이 되던 1951년 12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당시 그는 고향 거제도에 아내와 1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제2사단 31연대에 소속된 그는 1953년 7월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이다 전사했다.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17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2일, 화살머리고지 일대를 조사하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전사 당시의 모습인 듯 웅크린 그의 유해를 발굴했다.

    국방부는 “좁은 개인호에서 온몸을 숙인 상태로 발견된 유해는 팔 아랫부분이 골절돼 있었다”며 “정밀 감식 결과 두개골과 몸통에서 금속파편이 확인된 점으로 미뤄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전투에 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해와 함께 M1 소총과 철모, 전투화, 참전 기장증을 보관한 지갑, 단추, 연필 등도 함께 발견됐다. M1 소총에는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탄알이 장전돼 있었다.

    아들 김 씨는 “아버지는 일제 강제징용 때도 살아남으셨던 분”이라며 “비무장 지대에 묻혀 계시다 66년 만에 유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남북 분단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인의 신원은 아들 김 씨가 지난 2009년과 2018년에 제공한 DNA를 통해 최종 확인할 수 있었다. 고인의 전사 당시 4살이었던 아들 김씨는 2009년 거제보건소를 찾아 혈액검사를 통해 유가족 DNA 시료채취에 참여했고, 남북이 화살머리고지에서 유해발굴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12월 다시 한 번 DNA 시료채취에 나섰다.

    김 이등중사의 유해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고인의 유품 등을 전달하기 위해 유족의 집으로 가고 있다. /거제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고인의 유품 등을 전달하기 위해 유족의 집으로 가고 있다. /거제시/
    김기봉 이등중사의 유품 /국방부/
    김기봉 이등중사의 유품 /국방부/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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