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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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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34)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④

“언제 혼인을 할 생각인가?”

  • 기사입력 : 2018-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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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이 왜 소중한가?”

    “땅에서 곡식을 수확하기 때문입니다.”

    “곡식은 이제 충분하지 않은가?”

    “중국은 흉년 때문에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풍족하지 않습니다.”

    육도원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심만삼은 육도원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육도원은 전장(錢莊)과 장사로 많은 돈을 번 사람이었다. 전장은 오늘날의 은행과 같은 곳이다. 돈을 대출해주고 저축을 하는 곳이다. 심만삼은 오흥의 부자로 불리는 육도원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자네는 혼인을 했는가?”

    “아직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혼인을 할 생각인가?”

    “좋은 혼처가 생기면 부모님 허락을 받아 가정을 이루겠습니다.”

    “좋은 혼처란 어떤 곳인가?”

    “낭자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하인들에게 따뜻해야 합니다.”

    “어찌 하인들에게 따뜻해야 하는가?”

    “하인들을 아끼지 않으면 진심으로 받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육도원은 심만삼이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처로 맞이할 생각이 있는가?”

    “귀한 댁 따님을 어찌 저에게 보내려고 하십니까?”

    “자네와 이야기를 해보니 좋은 품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네. 좋은 품성은 돈이나 재물로 살 수 없는 것이네.”

    “어르신께서 가정교육을 엄하게 시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르신의 훈육을 받은 낭자를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내 딸을 맞이한다고 했으니 재산의 절반을 내놓겠네. 자네는 재산을 더욱 늘려 절강성 제일의 부자가 되어야 하네.”

    “반드시 절강성 제일의 부자가 되겠습니다.”

    심만삼은 육도원의 딸과 혼인했다. 그는 육도원으로부터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다. 심만삼은 육씨와 혼인을 한 뒤에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이제는 단순하게 땅을 개간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가 그의 본업이 되었다. 그는 전장을 하면서 장사를 했다.

    육씨는 현모양처로 심만삼의 내조를 잘했다. 심만삼과 육씨는 아이들을 낳자 부잣집 아이로 키우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고 선생을 초빙하여 학문을 가르쳤다.

    재산은 더욱 불어나고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왔다.

    ‘우리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발전하기 어렵다.’

    심만삼은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이주할 지역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때 소주에 있는 주촌(周村)이 눈에 들어왔다. 소주는 양자강과 연결되고 양자강은 운하를 통해 중국 전역으로 연결되었다. 소주의 경치도 아름다웠다. 주촌은 송나라 때 관직을 지낸 주적이라는 사람이 낙향하여 살면서 주촌이라고 불렸고, 심만삼이 이사하여 마을이 커지자 진시(鎭市)라고 불리게 되었다. 심만삼의 이사는 한 개인의 이사가 아니라 그와 함께 장사를 하는 수백 호의 가구가 이사를 하여 주촌이 일개 촌락에서 시로 발전한 것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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