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  |   facebook  |   twitter  |   newsstand  |   PDF신문
2017년 12월 17일 (일)
전체메뉴

[뭐하꼬] 하동서 즐기는 만추(晩秋)

울퉁불퉁 돌무더기 사이, 고개 내민 풍경
들쭉날쭉 산봉우리 사이, 울긋불긋 만추

  • 기사입력 : 2017-11-16 22:00:00
  •   
  • 불이 난 것은 아닐까?

    지난 12일 오전, 산청군 시천면과 하동군 청암면의 경계를 잇는 삼신봉터널을 통과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청학동의 산세는 연기만 피어오르지 않았을 뿐이지 온 지천이 붉게 타올랐다. 개울가부터 산꼭대기까지 빽빽이 자리 잡은 나무들은 빨강, 주황, 노랑 등 저마다 낼 수 있는 빛깔을 최대한 짜내며 경쟁하듯 불타올랐다. 봄의 파릇파릇한 신록(新綠)에서 한여름의 싱그러운 녹음(綠陰)을 거쳐 가을 단풍(丹楓)의 정점을 찍고,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 놓는 만추(晩秋)의 계절에 접어든 것이다.

    메인이미지
    낙엽길을 걷고 있는 부부.

    낙엽이 온 지천에서 눈처럼 내렸다. 만추를 즐기기 위해 집을 뛰쳐나온 사람들은 낙엽이 펑펑 쏟아져 내리는 나무 밑에서 사진으로 추억을 새겼다. 또 누군가는 지는 낙엽을 두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오래도록 매달려 있지 왜 떨어져 내리느냐고.

    나뭇가지 끝에 간신히 매달린 낙엽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특유의 색을 잃어가며 메말라갔다. 빨간색은 갈색으로, 주황색도 갈색으로, 노란색도 갈색으로, 모든 낙엽은 궁극에 가서는 갈색으로 변해 바닥에 내려앉았다. 떨어진 낙엽은 길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쌓였다. 여행자들은 서로의 손을 의지하며 그 위를 더듬거리듯 걸었다.

    바닥에 쌓인 낙엽은 마치 불에 타고 남은 재의 모습과 비슷했다. 탈 수 있는 만큼 활활 다 태워내고 가라앉은 재. 그렇게 모든 것을 태워냈을 때 새하얀 겨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메인이미지
    삼성궁에서 바라본 지리산 자락.


    ☞ 하동 청학동 삼성궁의 만추


    하동군 청암면 청학동에서도 깊은 계곡에 자리 잡은 삼성궁. 이곳은 경남 어느 곳보다 단풍이 빨리 찾아오는 곳이다. 지리산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탓에 일교차가 클 뿐더러 토양의 영양 성분이 고르지 못해 잎이 빨리 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설명이다.

    이날 기자는 삼성궁 돌무더기와 울긋불긋 물든 단풍의 조화를 함께 눈으로 즐기려 했지만, 낙엽들이 대부분 져 있는 바람에 돌무더기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삼성궁 곳곳에 조성된 늪의 수면 위로 떠다니는 낙엽만이 만추의 운치를 더했다.

    메인이미지
    삼성궁



    삼성궁을 무려 43년 동안 일궈낸 한풀선사는 “관광객들은 어떻게 알고 매년 이맘때면 단풍을 보기 위해 줄을 잇고 있다. 산달나무, 단풍나무, 노각나무, 굴참나무 등에서 내는 오색 빛깔은 삼성궁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고 설명했다. 삼성궁에 조성된 돌무더기뿐만 아니라 이곳에 심긴 각종 나무도 사실은 한풀선사가 직접 심어 길러낸 인공 조형물이다. 그는 이곳을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메인이미지
    삼성궁 주차장에서 6㎞ 떨어진 회남재에서 바라본 지리산 자락이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들어 있다./성승건 기자/


    삼성궁

    삼성궁이 자리 잡은 하동 청학동은 지리산 중턱, 삼신봉 남쪽 자락에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이다. 통일신라 말 대학자로 이름을 날린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은거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예로부터 수많은 묵객이 삼신봉을 중심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고 찾던 이상향으로 유명하다.

    지리산 청학선원 삼성궁은 묵계 출신 강민주(한풀선사)씨가 지난 1983년부터 33만㎡의 터에 고조선 시대의 소도를 복원했다. 궁의 이름은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궁이라는 뜻으로 지어졌다. 도인촌과 달리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한풀선사를 중심으로 수행자들이 선도를 지키고 신선도를 수행하는 도장이다.

    한풀선사와 수행자들이 이곳이 소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설치된 솟대와 여러 모양의 돌탑이 여기저기 솟아 있다. 한반도와 만주를 상징해 조성한 연못, 한낮에도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토굴, 전시관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맷돌과 절구통, 다듬잇돌 등으로 꾸며진 길이 담장과 함께 짜임새 있게 가꿔졌다.

    메인이미지
    삼성궁 연못


    메인이미지
    하동 청학동 삼성궁 마고성에서 내려다본 연못과 가을 풍경.


    ☞ 꼬불꼬불 회남재의 만추

    삼성궁이 위치한 곳이 청학동에서도 가장 깊고, 가장 높은 곳(해발 900m)에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낙엽이 진 경우가 많지만, 조금만 아래로 내려오면 불꽃같이 타오르는 낙엽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삼성궁 주차장에서 회남재 정상까지의 6㎞ 구간은 트래킹할 수 있는 숲길이 마련돼 있어 만추를 즐기기 으뜸이다. 경사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차림으로 걸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회남재 정상에 위치한 회남정에서 내려다보는 하동 악양면의 정취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다. 삼성궁에서 출발하면 걸어서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장소다.

    가을바람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구름과 악양면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단풍의 오색 빛깔, 그리고 병풍처럼 펼쳐진 지리산 산맥은 가슴속 깊은 곳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메인이미지
    회남정에서 바라본 악양면.


    회남재

    회남재는 경의사상을 생활 실천철학으로 한 조선시대 선비 남명 조식 선생이 산청 덕산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중 악양이 명승지라는 말을 듣고 1560년경 이곳을 찾았다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고갯길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하동시장을 연결하는 산업활동 통로이자 산청·함양 등 지리산 주변 주민들이 널리 이용하던 소통의 길이었다. 지금은 주변의 뛰어난 풍광을 즐기며 등산과 트레킹을 하는 동호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곳이다.

    하동군은 매년 10월 말이면 회남재 숲길 걷기대회를 연다. 청학동 삼성궁에서 출발해 회남정~악양면 등촌 청학선사 편도 10㎞ 구간과 삼성궁~회남정~묵계초등학교 편도 10㎞, 삼성궁~회남정~삼성궁 왕복 12㎞ 등 3개 코스에서 진행된다. 올해는 지난 10월 28일 하루 동안 1만여명의 관광객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메인이미지

    ☞ 도내 늦가을 즐길 만한 곳

    메인이미지
    함양 상림에서 산책을 즐기는 방문객들.


    함양 상림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위천강가에 있는 6만4000여평에 달하는 넓은 숲으로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돼 있다.

    함양 상림은 인공으로 조성한 숲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숲이라는 역사적 가치가 있고, 우리 선조들이 홍수 피해로부터 농경지와 마을을 보호한 지혜를 알 수 있는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매우 커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상림에는 116종류의 식물이 심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상림은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사철을 통해 그 절경을 맛볼 수 있다. 특히 가을철 상림 오솔길에 수북이 쌓은 낙엽을 밟으며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다.

    메인이미지
    경상남도수목원 내 위치한 열대식물원.


    경상남도수목원

    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 일원의 56㏊에 전문수목원, 화목원, 열대식물원, 무궁화공원 등 우리나라 온대 남부지역 수목 위주로 국내외 식물 1700여 종, 10만여 본을 수집해 식재하고 있는 곳이다.

    반성수목원 혹은 진주수목원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전문수목원, 화목원, 열대식물원, 무궁화공원 등 테마별로 조성됐다. 계절별로 고유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지만, 특히 이곳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어본다면 떠나가는 가을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인이미지
    함안입곡군립공원 내 흔들다리가 수면에 비쳐져 있다.


    함안입곡군립공원



    함안군 산인면에는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흐르는 입곡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상류에는 자연생태 그대로 보존된 입곡군립공원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협곡을 가로막은 입곡저수지는 폭 4㎞, 저수지 양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저수지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깎아지른 절벽에 우거진 송림이, 오른편으로는 완만한 경사지에 활엽수림과 침엽수림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저수지 강가를 따라 조성된 나무들의 가을 단풍을 보며 걷다 보면 언제 한 바퀴를 다 돌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장소다.

  • 고휘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