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교단 칼럼] 자연스러운 삶에서 배움의 길을 찾다

  • 기사입력 : 2017-08-18 07:00:00
  •   
  •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메인이미지
    박관현 (양산 서창초 교사)


    1학기가 한 달여 남았을 즈음이었다. 어느 정도 수업 진도도 마무리되고 있었고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수업거리가 없을까 생각하던 중 쉬는 시간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 책상에 엎드려 있는 아이…. 생각보다 쉬는 시간이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수업 종이 울리고 칠판에 학생들과 함께 생각해 볼 문제 한 가지를 적어봤다.

    ‘쉬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이들은 선생님이 던진 질문에 나름 자신의 생각이 있는 듯 친구들과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 쉬는 시간에 막상 즐겁게 놀 거리가 없는 것 같아요. 놀이터는 지겹고 축구도 잘하는 아이들만 하구요.” “맞아요. 그럼 쉬는 시간에 재미있는 놀 거리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문제 해결 과정인 ‘문제분석-자료수집-문제해결’의 단계를 간단히 설명하고 수업을 이어나갔다.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놀잇감을 원하는지 설문조사도 해보고 그 결과를 분석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 놓았다. 트럼플린, 바닥놀이, 매점 만들기….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자 학생들끼리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트럼플린은 위험하지 않을까.’, ‘매점은 학교가 더러워질 수도 있어.’ 학생들의 이런 자연스러운 토론을 가만히 지켜만 봤다. 토론을 하다 결론이 나지 않자 그제야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선생님, 도저히 결론이 나질 않아요. 어떻게 하죠.” “그럼 선생님이 말해 준 방법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서 여러분들이 정하면 어떨까?” 이후 의사결정을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하자 그 중 한 가지를 택해 바닥놀이를 만들어보기로 의견을 모으게 됐다. 그날 과제로 바닥놀이에 대해 조사해 오기를 제시했는데 다음 날 생각보다 많은 자료를 준비해 왔다. 아이들은 조사해 온 놀이를 교실에 그려놓고 시연도 해보고 다른 친구들에게 놀이를 소개도 하는 활동으로 교실은 하루 종일 시끌벅적했다.

    “여러분들이 조사한 재미있는 놀이를 학교 친구들 모두가 공유하면 어떨까? 선생님 생각에는 교장선생님께 우리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학교 공터에 바닥놀이를 그리면 좋을 것 같은데.” 이렇게 커져버린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스스로 설명자료를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거의 1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결과는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보신 교장선생님께서 흔쾌히 승낙하시고 지원해 주셔서 멋진 바닥놀이터가 완성됐다. 지금은 학교 명물이 돼 전교생이 이용하는 장소가 됐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는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문제에 대해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방법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배우기 위한 다양한 내용들이 제시돼 있다. 아마도 그런 내용을 교과서에 제시된 주제로 배웠다면 1주일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의 흥미와 집중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배움의 길은 학생들의 삶과 연관돼 있고 직접 필요성을 느낄 때 학생들 스스로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