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17) 아버지 여의고 어머니·남동생과 사는 지연이
“학원 가고 싶지만 말 못해요…형편 아니까”월세 못내 할머니집으로 옮겨…통학버스로 50분 걸려 등교
- 기사입력 : 2015-10-0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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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사례관리사가 지연이와 지연이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있다.
고교 2학년인 지연(16·가명)이는 학교를 가기 위해 매일 통학버스로 50분이 걸리는 먼 길을 나선다.
살던 집에서 월세를 낼 형편이 안돼 외곽지역의 할머니집으로 급하게 옮긴 탓이다.
겉으로 보기엔 어려움 없이 살아온 것 같은 지연이에게는 누구보다 쓰라린 아픔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이별에 지연이와 가족들은 어떤 준비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사별 후 가족에게 남겨진 것은 거대한 빚이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에다 이후 경제활동의 부재 탓이었다.
이후 지연이는 어머니(42), 남동생(12)과 함께 9년을 견뎌 왔다.
어머니는 그날로 가정주부에서 직장인의 길을 나섰다. 지연이 어머니는 “내가 벌면 아이 둘은 어떻게든 키우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자격증도 없고 취직이 쉽지 않았다. 대출을 내 화장품을 팔았지만 결과는 대출금 상환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침에는 화장품 판매를, 야간에는 식당 서빙, 목욕탕 청소를 하며 고군분투했지만 100만원 남짓의 소득으로는 월세 내기에도 빠듯했다. 지인의 소개로 건설장비 회사에서 업무 보조를 하게 됐지만 늘 생활비가 부족해 현금서비스를 통해 ‘돌려막기’를 하는 상황이 연속됐다.
어머니는 “지독한 가난은 회사도 다닐 수 없게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생활비 부족으로 이용했던 현금서비스가 상환독촉을 받게되자 퇴직금이라도 지켜서 생활비에 보태야겠다는 생각으로 사표를 냈다.
결국 지연이와 가족들은 월세 부담과 대출금 상환 이자를 해결하기 위해서 농가 주택으로 들어오게 됐다.
여기저기서 빌린 돈 때문에 지연이 어머니는 압류가 들어올까 두려워 직장을 잡을 수 없다. 근처 목욕탕에서 가끔 불러줘 일을 하긴 하지만 그마저도 경쟁이 심해 일거리가 없다. 창원시에서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지원하는 월 90만원의 긴급생계지원금을 받았지만 이 달로 수급이 끝난다.
한부모가정으로 학비 걱정은 없지만 생활에 필요한 현금은 이자를 갚고 나면 없다. 친척들의 도움을 받을 처지도 못 된다. 지연이 할아버지는 간암 투병 중이고, 외삼촌 또한 질병으로 홀로 생활하며 월세도 내지 못해, 살고 있는 농가 주택에서 함께 살 예정이다.
내년이면 지연이는 3학년이 돼 진로를 결정해야 하지만 꿈이 없단다.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연이는 “공부를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학원도 다니고 싶지만 떼쓰면 안 된다는 걸 아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학교에서는 누구보다 밝은 아이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지연이는 주말이면 집 근처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머니의 부담을 덜고 있다.
서옥희 창원시사례관리사는 “어머니는 지연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지원할 형편이 안돼 아이 스스로 포기를 한 것 같다”며 언제나 미안해한다. 그는 “지연이가 하고 싶어 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의 손길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글·사진=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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