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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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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경남’으로 가는 길] ‘지역 문화예술의 봄’ 위해 경남만의 색깔 찾아야

  • 기사입력 : 2024-03-03 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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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껏 지원하되 일절 관여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2024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이것이 곧 정부의 정책 기조라고 한다면, 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가까운 과거까지도 등한시되기 일쑤였던, 우리 사회가 문화예술에 매기는 가치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이 문화예술인들에게 전했던 “국격을 키웠다”는 인사말 그대로 문화예술은 어느덧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대표 가치가 됐다.

    지방정부가 문화예술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도 같은 데 있다. 국격을 키운 것처럼 지역의 가치 또한 드높일 수 있는 지역발전의 한 방안이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해 “지역 청년들이 놀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듯이 경남도에게 문화예술이란 떠나는 청년들의 발걸음을 붙들, 지방소멸 문제 해결의 키워드다. 중요성을 인식했지만 갈길은 멀다. 경남의 문화예술이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성장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갖춰야 할까. 문화예술계 안팎이 바라본 필요충분조건들을 짚어본다.


    공급 넘치는데 수요 모자란 경남

    예술단체 수, 서울 이어 두 번째로 많지만
    관람률 54.9%로 전국 평균보다 낮아
    공연장 가동률은 19.8%로 ‘최하위’ 기록



    ◇넘쳐나는 공급, 모자라는 수요= 경남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짚자면, 한마디로 예술인은 많은데 관객이 없다. 지난해 ‘경남문화정책 발전방향을 묻다’ 주제의 경남 문화예술진흥 정책세미나에서 발제한 경남연구원 김진형 연구위원 자료에 따르면, 경남의 전문예술 법인단체 수는 257개(2023년 기준)로 전국에서 서울(301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전국 평균(99.7개)의 2.6배 정도였다.

    이에 반해 지역민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전국 하위권을 맴돌았다. 문화체육관광부 2022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 경남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54.9%로 경북·전북·전남·인천·제주·광주 다음으로 낮아 전국 열한 번째 수준이자, 전국 평균(58.1%)보다 낮았다.

    지난달 6일 경남연구원에서 열린 경남 문화 정체성 확립 및 문화예술 진흥 방안 세미나./경남신문 DB/
    지난달 6일 경남연구원에서 열린 경남 문화 정체성 확립 및 문화예술 진흥 방안 세미나./경남신문 DB/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없다고 해야 할까. 공연시설도 미비했다. 인구 100만명당 공연시설 수는 2021년 기준 경남은 14.8개소로 세종·경기·인천·울산 다음으로 적은 전국 열세 번째로 전국 평균(19.1개소)보다 낮은 수준이었으며, 같은 해 공연장 가동률도 경남은 19.8%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28.8%였다.

    슬세권(슬리퍼 차림 같은 편한 복장으로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하는 신조어)을 좀 더 익숙한 말로 표현하면 문화예술의 보편화, 일상화, 나아가 격차 없는 문화복지로 갈음할 수 있는데, 민선8기 경남도는 과거 도정에서 특출난 문화예술사업이 드러나지 않았거니와 문화복지도 이루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김진형 연구위원은 “기존 경남도정의 문화예술정책 특징에 따른 시대를 1.0시대와 1.5시대로 구분하고 이들 문제가 해결되는 새로운 시대를 2.0시대로 한다. 1.0시대의 대표적 특징은 문화예술 사업을 관내 18개 시군이 개별적으로 수행하고 경남도가 예산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 적용되다 보니 경남도 차원의 광역사업이 전개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 1.5시대 특징은 경남도가 설립한 문화예술 시설에서 경남도 주도 광역단위 문화예술 사업을 전개한 성과가 있다. 하지만 경남도의 문화예술 시설은 특정 기초 지자체에 한정해서 건립될 수밖에 없으므로 문화예술사업의 수혜대상이 특정 기초지자체의 주민이나 일부 문화단체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으면서 결과적으로 지역 간 편재성이 발생해왔다”고 진단했다.


    미흡한 문화 정체성… 개성 찾아야

    도, 세미나 등 열어 문화예술 방향성 구상
    극예술·클래식 등 조명해 브랜드화 제안
    경남 대표 브랜드로 ‘합창제’ 육성 밝히기도


    ◇문화 정체성 미흡, 경남만의 개성 갖춰야= 경남도 문화예술과 의뢰로 경남연구원이 진행 중인 경상남도 문화예술정책 발전방안 기본 구상(안)에 따르면, 경남 문화예술 2.0시대는 경남도가 기획하고 관내 18개 시군민이 경남도 문화시설에 모여 함께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예술을 통한 경남도 정체성 창출 △연령대별 문화예술 지원을 통한 문화예술복지 실현 △단계별 성장체계 구축을 통한 경남콘텐츠산업 경쟁력 제고가 실현돼야 한다.

    특히 경남도는 경남의 문화정체성 찾기에 열심이다. 지난해 경남도의회가 올해 예산안을 심사할 당시 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민선 8기 경남도정의 혁신과제가 경남도의 정체성을 찾는 것인데 그중 문화 분야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부산은 영화제, 광주엔 비엔날레가 있는데 경남에는 문화대표 브랜드로 내세울 만한 게 없다”며 “지역 제반 문화여건을 실태조사해보니 합창단이 많더라. 단시간 내 경남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 합창제를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6일에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함께 ‘경남 문화 정체성 확립 및 문화예술 진흥방안’ 주제 정책세미나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경남도의 의뢰로 진행한 ‘경남지역 특화 문화예술 브랜드 구축 기본계획’ 연구 결과가 공유됐는데, 발제를 맡은 김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특성과 역사성이 잘 드러나고 타 장르와 융합 연계 가능성이 높으며, 국제적 인지도를 지닌 극예술과 클래식을 지역 문화예술 브랜드 방향성으로 밝히기도 했다.

    와 지난해 11월 경남도립미술관 다목적홀에서 ‘경남 문화정책 발전 방향을 묻다’를 주제로 2023 제2회 경남 문화예술 진흥 정책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모습./경남신문 DB/
    와 지난해 11월 경남도립미술관 다목적홀에서 ‘경남 문화정책 발전 방향을 묻다’를 주제로 2023 제2회 경남 문화예술 진흥 정책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모습./경남신문 DB/


    예술인 의견 담은 정책·인프라 제공 필요

    지역문화 진흥 위해 위원회 등 설치하고
    도 차원서 분야별 전문 기획자 육성
    창작작품 제작 예산·순회공연 지원해야


    ◇문화예술 정책 수립 시 의견수렴 거쳐야= 문화예술계 종사자, 즉 안에서 바라보는 문화경남 실현을 위한 조건은 보다 원론적이다. 적어도 문화예술 정책을 논하자면 문화예술계와의 소통과 논의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황종욱 고성오광대보존회 부회장은 지난달 6일 정책세미나에서 경남 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법대로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황 부회장은 “지난 2020년 지역문화진흥법에는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등 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는 계획수립 등을 위해 지역문화협력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또 시행계획 수립의 경우에 해당지역의 지역문화 관련 기관 및 단체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는데, 과연 이 과정을 걸쳐 수립된 계획이나 결과물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법률에 따라 의견을 청취해 지역에 맞는 문화발전 계획을 수립한다면 경남의 문화예술이 진일보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역에서 풍성한 문화를 만드는 초석이자 예술가라는 원석을 갈고 포장해 보석으로 만드는 전문 기획자를 경남도 차원에서 분야별로 키울 것을 제안했다.

    하아무 경남소설가협회장 역시 의견이 같다. 하 회장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이전 문제는 물론이고 예산 배정도 마찬가지다. 합의에 이르기 위한 논의과정 자체는 지난하다 하더라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으로, 정치경제적 배경 혹은 물리력으로 밀어붙일 수야 있으나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나 그 후과는 상상을 뛰어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화상회의가 일반적이던 코로나 시국이 지나고 대부분의 회사는 출퇴근, 대면회의를 채택한다. 비대면이나 재택근무로는 활성화되기 어려운 것들이 많고 만나서 부대끼면서 더 많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면서 진흥원 재이전 필요성도 피력했다.

    경남예총에서도 소통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는다. 예총 관계자는 “경남도가 개별 사업으로 편성해오던 각 예술단체의 문화예술행사와 관련해 올해부터 공모형식으로 돌리고 문화예술진흥원에 사무를 위임했는데, 사전에 이러한 형식 변경에 대한 논의도 충분한 설명이 없어 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공모를 준비할 시간과 절차도 기약이 없어 매년 상반기에 하던 행사도 미뤄야 하는 문제도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말뿐인 문화예술 사랑? 실물로 보여주길=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말로만 하지 말고, 물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원금과 공연 인프라 제공 등이 그것.

    권미애 경남무용협회장은 “동남아트센터 같은 전시공간이 있듯이 전문공연예술인들이나 단체를 위한 공연장이 필요하다. 지역 무용가들이 창원특례시에서 자유롭게 무용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은 마산시민극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했다. 황종욱 고성오광대보존회 부회장은 “풍요 속의 빈곤처럼 많아진 예술 단체에 비해 감동을 주는 새로운 작품이나 획기적인 지원방안 등은 발견할 수 없다. 한정된 예산에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예술가를 위한 새로운 지원책이 필요하다. 창작작픔의 대본이나 시놉시스를 평가해 제작예산을 지원하고 우수한 작품은 순회공연을 지원하는 등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형 연구위원도 민선8기 경남도정의 문화예술 현황을 짚으면서, 도세 대비 문화분야 투자가 낮은 점을 지적했었다. 2021년 경남의 문화예산은 총예산 대비 2.7%로 전국 열 번째 수준이었는데 시군 제외 경남도 문화분야 예산만 놓고 보면 총예산 대비 1.9%만이 문화예산이었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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