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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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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80대 할머니 ‘60년 인생 담긴 일기장’ 화제

서보명씨, 23살 새색시 때부터 기록
“일상 속 사연, 책으로 엮는 게 꿈”

  • 기사입력 : 2024-02-20 20: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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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살에 시집온 새색시가 80대 할머니가 되기까지 60여년 동안 꼭꼭 눌러 쓴 수십 권 일기장이 화제다.

    주인공은 고성군 영오면의 서보명(84) 할머니. 서 할머니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22살 때 고성군 영오면으로 시집온 이듬해인 1962년부터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부터 등잔불 밑에서 펜에 잉크를 묻혀가며 학생용 노트에 꼭꼭 눌러 적었다. 연, 월, 일과 그날의 날씨까지 정확히 기록돼 있는 서 할머니의 일기장은 학생용 공책 수십 권에 달한다.

    일기장에는 서 할머니의 60년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골마을로 갓 시집온 새색시 시절 일기에는 어려운 시집살이의 고난과 한이 담겼다. 시부모를 모시면서 겪은 일들과 친척집에 방문했던 이야기, 이웃집에 마실 간 이야기, 우물가에서 빨래하던 이야기, 아궁이에서 불 지피다 흘린 눈물 등 그 시절 며느리의 일상 속 사연이 오롯이 녹아 있다.

    서보명 할머니가 새색시 시절부터 60여년 동안 쓴 일기장을 보여주고 있다.
    서보명 할머니가 새색시 시절부터 60여년 동안 쓴 일기장을 보여주고 있다.

    서 할머니는 “그땐 힘든 일이 많았어도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 넋두리 겸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며 “잠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며 일기를 쓰면 괜히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고 회상했다.

    남편을 영원히 떠나보낸 날도 잊을 수 없다. 이날의 일기는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로 대신했다. “여보 당신, 당신이라고 부르는 소리도 처음이고 마지막 부르는 당신이에요! 여보 당신, 이제는 헤어져야 하네요! 당신과 만난 지도 만 50년 된 오늘날까지 당신 너무 수고했어요. 우리 가족 위해 열심히 산 당신…, 오늘이 슬프고 오늘이 미워요…,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 항상 아들딸 손자 손녀 사랑하고…, 당신은 오늘부터 머나먼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계십시오! 아내로서 마지막 부탁이에요!”

    서 할머니는 남편의 발인 날인 2012년 2월 23일 새벽 5시, 화장실에 앉아 조용히 적은 편지에서 생전에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렀다.

    서 할머니는 “그날 남편과 영원히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편지가 꼭 쓰고 싶더라”며 “생전에는 한 번도 여보, 당신이라고 못 불렀는데 지나고 보니 후회돼 편지에 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 할머니의 꿈은 일기장을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다. ‘한 많은 여자’라는 제목도 나름 정해 놓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날을 위해 앞으로도 일기를 쓸 계획이다.

    서 할머니는 “수십 년 전부터 글을 매일같이 써왔으니 분량은 넘치지 않을까 싶다”며 “앞으로 남은 기간도 꾸준히 내 인생을 기록해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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