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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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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키다리 아저씨-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2-06 19: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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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 후면 설입니다. 핸드폰 조작으로 집 앞에 옷과 먹을 것이 오니 설빔이나 가래떡을 이야기하는 것은 쉰내 나는 소리가 될 것입니다. 그래도 해 바뀜을 상징하는 떡국에 어른께 세배하는 풍습은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설빔, 새 음식 외에 용돈도 명절을 기다린 큰 이유였습니다. 뭘 사거나, 하겠다는 소박하고도 간절한 꿈,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서양에선 크리스마스나 생일이 기다림이라면, 우리에겐 설과 추석이 그렇습니다. 명절에 맞춰 불우시설뿐만 아니라 고향을 찾기 때문에 생의 전환점을 만납니다. 모두가 잘 아는 ‘키다리 아저씨’를 꼽고 싶습니다. 진 웹스터가 쓴 소설은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보육원 소녀 제루샤에게 대학을 보내주겠다는 실체를 모르는 독지가가 나타나, 그녀 인생이 바뀝니다.

    ▼누군지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매달 한 통의 편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조건에 맞춘 편지를 그녀는 씁니다. 9월 24일 고아를 대학에 보내주신 친절한 후원자님께(중략),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제류샤 에벗 올림이라는 편지를 시작으로 다음에 키다리 아저씨께로 글을 시작한 뒤 추신에선 ‘집이 너무 그리워서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말하는 친구 이야기를 꺼낸 뒤 ‘보육원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너스레로 글을 맺습니다.

    ▼제루샤가 아니어도 그런 상황을 맞는다면 글이나 편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마운 마음을 기리고 새길 것입니다만, 그녀의 편지글에 흐르는 존경을 대신할 수 없을 것입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조차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수정으로 변화시킬 만큼 그녀의 품성은 밝고 맑으며 싱그럽고 상쾌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런 점에서 가까이서 겪거나 마주 보는 키다리 아저씨를 놓치고 사는 저를 반성하게 만들고, 감사나 감동 없이 하루를 사는 삶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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