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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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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싶은 길] 창원 가고파꼬부랑길

꼬불꼬불, 그리운 마산의 옛 모습 그대로
골목골목, 가족·이웃 이야기로 가득한 벽화
새록새록, 잊고 살았던 그 시절 추억

  • 기사입력 : 2024-01-31 21: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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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마산은 참 정답고 따뜻했다. 아침이면 작지만 포근한 집에서 나와 어른들은 부림시장과 마산어시장, 마산자유무역지역 등지로 출근했으며 학생들은 학교로 등교했다. 저녁이 되면 안락한 보금자리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넉넉하지 않아도 희망이 넘치는 그 시절이었다.

    40~50년이 지난 현재의 마산은 옛 기억을 대부분 잃어버린 모습이다. 포근한 보금자리가 있던 동네는 조그마한 가옥 대신 현대식 높은 건물들로 변했으며, 거리 모습도 투박함에서 세련된 풍경으로 바뀌어 갔다. 심지어 전통시장들도 현대식으로 개조됐다. 그 시절 마산의 모습은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가고파꼬부랑길은 잃어버린 듯했던 마산의 옛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장소다. 마산합포구 추산동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가고파꼬부랑길은 그리운 그 시절의 추억이 아름다운 벽화와 함께 보존돼 있다.

    가고파꼬부랑길에 있는 무지갯빛 계단벽화
    가고파꼬부랑길에 있는 무지갯빛 계단벽화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 안내도.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 안내도.

    ◇동심이 가득한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들

    가고파꼬부랑길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부터 따뜻한 분위기의 벽화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인기그림책 표지가 그려진 벽화들로, 가족과 이웃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딸을 바라보며 “사랑해”라고 말을 건네는 젊은 부부 모습부터 손녀가 할머니를 꼭 끌어안아 주는 장면, 목욕비를 아끼기 위해 손녀의 나이를 7살이라고 우기는 할머니의 모습 등 다양하다. 기존 어른들에게는 생소한 그림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친숙한 그림책 속 장면들이다. 그림책 벽화 덕분에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함께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고파꼬부랑길은 산동네 마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곳곳에 그려진 벽화를 만나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은 필수다. 경사가 완만하지 않아 무척 힘들 것 같지만,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다. 오르막길 계단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함은 사라지는 듯하다. 계단벽화는 무지갯빛을 담고 있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무지개처럼 무지갯빛 계단벽화도 벽화마을 곳곳을 연결해 주고 있다.

    가고파꼬부랑길을 걷다 만난 벽화 중 ‘행복버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다란 분홍색 버스가 그려져 있고, 버스 안에는 털보 운전사와 강아지, 소년과 소녀, 청년들이 타고 있는데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다. 목적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즐거운 장소임에 틀림없다.

    또한 꽃으로 이루어진 날개 벽화도 인상 깊다. 싱그러운 꽃들로 인해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양쪽 날개 사이에 여백이 있어 방문객이 서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를 둘러보다 보니 오래전 읽었던 동화책을 다시 펼쳐본 기분이다. 잊고 살았던 동심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행복버스 벽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행복버스 벽화
    꽃을 잔뜩 품고 있는 날개 벽화
    꽃을 잔뜩 품고 있는 날개 벽화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마을풍경들

    벽화들에 이어 가옥들이 눈에 들어온다. 반듯한 사각형이 아닌 지형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다. 삼각형 마당도 있고 오각형 마당도 있다. 또한 가옥 모양도 일자와 기역자 등 다양하다. 집 면적은 대체적으로 작은 편이다. 옛날에는 좁은 방에 온 가족이 모여 밥도 먹고 잠도 함께 잤다고 하는데, 말로만 듣던 그 시절의 이야기가 실감이 난다.

    집과 집 사이도 무척 가깝다. 얇은 벽 사이를 두고 가옥들이 붙어 있다 보니 어깨가 서로 기댄 듯한 모습이다. 요즘엔 소음 발생으로 이웃 간 분쟁이 빈번하다고 하는데, 이 시절에는 바로 붙어 있어도 이웃 간 정이 넘쳤다. 공간은 좁았지만 마음은 넓었던 시절이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니 재미있는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만화캐릭터가 볼일을 보고 있는 그림인데, 바로 그곳이 변소임을 나타내고 있다. 요즘에야 화장실이 집 내부에 있지만, 과거에는 집 외부에 있었다. 어두컴컴한 밤이나 비 오는 날에는 볼일을 보는데도 용기가 필요했다.

    마을 중앙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 ‘백년우물’로 불리는데, 이름처럼 백 년이 넘은 우물이다. 1910년대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보통 평지보다 고지대가 물을 구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곳에서는 백년우물 덕분에 물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백년우물은 식수를 공급해 주는 역할도 했지만, 동네 사랑방 역할도 담당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양철대문과 굴뚝, 조그마한 귀퉁이에 마련된 텃밭 등은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다.

    옛 모습 그대로인 간직한 산동네 가옥
    옛 모습 그대로인 간직한 산동네 가옥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에서 바라본 전망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마을에서 바라본 전망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노을 풍경

    가고파꼬부랑길을 걷고 있으면 곳곳에서 펼쳐지는 시원한 전망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높은 언덕에 자리한 덕분에 마산 시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록 오늘 하루가 고단했더라도, 내일이 두렵게 느껴질지라도 발아래에 펼쳐지는 도시 풍경을 보고 있으면, 작은 일처럼 느껴지며, 내일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도 얻을 수 있다. 특히 해질녘 풍경이 아름다웠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갈 때마다 하늘은 물론 도시 전체도 조금씩 노랗게 물들어 갔다. 방문할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면 오후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마을 주민에게 물을 제공했던 백년우물
    마을 주민에게 물을 제공했던 백년우물

    ◇지자체와 기업, 주민이 함께 만든 가고파꼬부랑길 벽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남은 이유는 벽화의 존재가 컸다. 가고파꼬부랑길 벽화는 2013년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로 그려졌다. 경남은행이 기획하고 예산을 지원했으며, 창원시가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남도미술협회 소속 미술작가들이 재능을 보탰다. 이러한 노력들 덕분에 잊혀져 가는 마을이 아닌 사람들이 방문하는 마을로 남을 수 있었으며,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도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게 됐다.

    인근에 있는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전시실
    인근에 있는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전시실

    ◇방문할 만한 주변 명소

    가고파꼬부랑길 주변에는 방문해 보면 좋을 만한 장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과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이 있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과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은 한 장소에 모여 있으며, 가고파꼬부랑길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다다를 수 있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는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선생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시기에 따라 다양한 예술 전시가 열린다. 특히 4월 28일까지 ‘바다는 잘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미술전이 열리는데, 강신석, 김종식, 이림, 전혁림, 최영림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에서는 ‘합포대작전 보물선을 찾아라’라는 AR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총 3개의 콘텐츠로 이뤄져 있는데, 요즘 유행하는 방탈출 게임과 유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합포대작전 보물선을 찾아라’는 6월 19일까지 운영하며, 예약을 해야 참여할 수 있다.

    글= 이주현 월간경남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자세한 내용은 월간경남 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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