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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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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 칼럼]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 서익진(화폐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기사입력 : 2024-01-07 19: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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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지의 생물은 공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지만 공기를 의식하지 않으며, 바닷속의 물고기는 물이 무엇인지 모른다.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경제 속에서 인간은 돈이란 무엇인지, 어디서 나오는지, 누가 만드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공기나 물 그리고 돈은 모두 그냥 삶의 조건인 것이다. 그러나 유일하면서도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공기나 물은 누가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람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돈은 확실히 사람이 만들어낸 무엇임이라는 사실이다. 자연과 사회(즉, 제도)의 차이이다.

    어차피 너도 나도 돈을 만들 권리가 없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돈 벌이’와 ‘돈 불리기’에 있다. 이는 금전만능주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지상명령이다.

    경제에 불가결한 돈이지만 모두가 노동을 통해 벌어들여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 역설적으로 이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의문이 왜 중요한지는 개인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 또는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정부도 없고 외국도 없는 폐쇄된 민간경제를 가정하자. 그리고 화폐의 유통속도(통화단위가 연간 성립시키는 거래의 횟수)는 1이고, 연간 GDP(국내총생산)는 2000조 원이라고 하자.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이 상품총액은 모두 시장에서 판매되어야 하고, 소비자들이 2000조 원의 돈을 나누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통화량이 2000조 원이어야 한다. 만약 경제가 5% 성장해 GDP가 2100조 원이 되려면, 통화량도 반드시 100조 원 늘어난 2100조 원이 되어야 한다.

    GDP를 구성하는 모든 상품은 생산자가 누구인지 알려져 있고, 모든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 팔고자 한다. 생산 및 공급 면에는 의문스러운 게 없다. 문제는 수요에 영향을 주는 통화량 측면에 있다. GDP가 5% 증가했는데 통화량이 5% 미만으로 증가한다면 그만큼 돈이 부족해진다. 물가가 하락하고, 디플레이션 불경기를 감수해야 한다. 만약 통화량이 5%보다 더 크게 늘어난다면 돈이 남게 된다. 물가가 상승하고 거품이 생긴다. 따라서 통화량은 해마다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만큼만 늘어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것이 중앙은행 통화정책 운용의 요체인 까닭이다.

    여기서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이 나온다. 모두가 벌어야만 하고 만드는 사람이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통화량이 100조 원이 늘어날 수 있을까? 더 나아가면 기존의 돈 2000조 원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정답은 경제 외부에 있으면서 돈을 벌지 않고, 즉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만들어 경제에 주입하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짐작하셨듯이 그것은 바로 ‘은행 시스템’이다. 이것은 경제가 작동하고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공 인프라’이자 ‘사회 및 경제적 제도’이다. 그리고 노동 없이 새 돈을 만드는, 통화 발행권은 그야말로 ‘특권’이다. 현실에서 이 특권은 누가 행사하는지, 통화 공급이라는 공공적 임무가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서익진(화폐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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