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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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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시선을 돌리기에 너무나 좋은 계절- 김태경(동화작가)

  • 기사입력 : 2023-11-09 19: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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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한 아침. 습관처럼 휴대폰을 뒤적거리다 꽤 인상적인 영상을 보게 되었다. ‘당신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메시지가 분명한 영상은 두 개의 영상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장소와 등장인물은 동일하다. 다른 것은 시선뿐이다. 아빠를 향해 걸어오는 아이와 침대에 걸터앉은 아빠. 여기서 아빠의 시선은 휴대폰에 있다. 반대의 영상은 아빠의 시선이 오롯이 아이에게 향해 있다. 아빠와 아이의 여러 상황이 시선 하나의 차이로 달라지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시선이 마주한 아빠와 아이의 시간이 더없이 따뜻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시선의 차이를 보면서 많은 이가 뜨끔하지 않을까.

    나 또한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편이다. 목적이 있어 휴대폰을 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목적 없이 휩쓸려 떠돌아다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본다. 아, 왜 이걸 지금까지 보고 있는 거지? 못난 자책감이 한 차례 정신을 관통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찾아야 할 내용이 있어 휴대폰을 보면 어느새 목적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또다시 허우적거리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아이가 조금씩 영상에 노출되더니 습관처럼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아이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내 시선을 느낄 리 없는 아이는 홀린 듯 영상에 빠져들었다. 불러도 반응이 없다. 기어코 목소리가 커져야 겨우 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반짝거리던 아이의 눈빛이 아니다. 아이의 표정이 희미하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의 변화가 생기면서 아이가 영상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이는 영상을 보여달라고 조르지 않았고 다른 놀이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어느 때는 영상을 보여달라고도 했다. 시간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아이의 다정하고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이의 시선은 어른의 책임이다.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사람이 많다. 무언가를 놓칠까 봐. 나만 모를까 봐. 아니면 나의 과시를 위해서라도 휴대폰을 붙잡고 산다. 휴대폰에 집착하는 사람은 다른 이와 있어도 시선을 주지 않는다. 자동화된 기계처럼 휴대폰을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휴대폰 속 세상에 시선을 둔 그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모습에 관심이 많다. 시시콜콜한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툭툭 뱉어낸다. 시선이 자신에게 있지 않은 탓이다.

    우리는 눈과 귀가 매 순간 자극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자극이 일상이 되었다. 시선은 자극적인 것을 맹목적으로 좇아간다. 목적도 없이.

    지금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즉각적인 욕구와 반응, 화려함과 기괴함이 넘치는 곳에 시선을 두고 있지 않은가. 시선이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사유할 수 있는 인간이 되지 못한다. 사유하지 않는 인간이 과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을까.

    나의 시선이 엉뚱하고 불필요한 곳에 머물수록 찰나에 빛나는 순간들을 놓치며 살 것이다. 인디언 보조개를 한껏 드러내며 웃는 아이의 얼굴.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붉은 나뭇잎의 마지막 비행. 볕뉘를 찾아 평온하게 잠든 노랑 고양이를 말이다.

    휴대폰이란 세상에 시선이 머물수록 진짜 내 앞의 세상을 보지 못한다.

    지금, 당신의 시선을 돌리기에 참 좋은 계절이 왔다.

    김태경(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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