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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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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노년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 차영한 시인

통영서 나고 통영서 자라 통영을 위해… 팔순 시인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라다

  • 기사입력 : 2023-09-06 20: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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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량도서 태어나 통영서 중·고등학교 마쳐
    1966년부터 공무원 생활… 십여 년 뒤 등단
    1979년 한국예총 통영지부 사무국장 맡아
    사재 털어 지역 문화·예술 살리기 앞장
    2·3·7대 문인협회장… 통영문학지 펴내


    “생동감 넘치는 물의 나라(水國), 환상의 지느러미로 헤엄쳐오는 나의 영원한 고향, 통영바다를 바라보면서 더 아름답게 살고 싶다.” 〈차영한 수상록 ‘생명의 선율 그 그리운 날들’ 중 ‘미륵산에서 본 바다안개’〉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과 기획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시인이 있다. 차영한(85) 시인이다.

    차영한 시인은 일흔다섯에 네 번째 시집 ‘캐주얼빗방울’을 비롯한 3권의 시집과 두 번째 비평집 1권을 출간하고, 여든이 넘어서도 해마다 1권 이상의 시집을 출간했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진다는 차영한 시인을 만났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과 기획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차영한 시인이 한빛문학관 운영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과 기획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차영한 시인이 한빛문학관 운영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통영 지역예술 위해 일하던 젊은 날= 통영 사량도에서 태어난 차영한 시인은 살면서 한 번도 통영을 떠난 적이 없다. 섬에서 초등학교를 보내고 중·고교는 통영에서 다녔다.

    통영중 2학년 때 학교신문에 시를 썼는데 당시 교장이 이 시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백석 시인의 친구였다.

    “교장선생님과 사모님에게서 백석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때부터 시가 좋았어요. 통영이 갖고 있는 문화예술의 토대가 나도 모르게 제 안에 들어 있었나 봅니다.”

    통영은 발길 닿는 곳마다 문인들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국문학의 대모 소설가 박경리, ‘꽃의 시인’ 김춘수, ‘깃발의 시인’ 청마 유치환 등 많은 문인이 통영 출신이다.

    차영한 시인은 1978~1979년 2년에 걸쳐 시전문지 월간 시문학에서 자유시를 추천받고 한국일보와 월간조선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됐다. 1966년부터 통영군청에서 일해 왔으니, 십여 년 공무원 생활을 한 뒤다.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군청 공무원으로 일하느라 작품 활동이 많지는 않았다.

    대신 1979년부터 한국예총 통영지부의 사무국장을 맡게 됐다. 보수는커녕 오히려 사재를 털어야 하는 일이었다.

    당시 통영예총에는 사진협회와 연예협회밖에 없었다. 통영은 예술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도시지만 1950년대와 60년대를 지나면서 이 같은 문화예술의 토대는 무너져 버렸다.

    “지역 문화와 예술을 살리는 일부터 했어요. 그때는 그것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죠. 퇴근한 뒤 밤을 새워가며 백일장을 준비하고 시화전이며 문학의 밤을 준비했었죠.”

    차 시인이 사무국장을 맡으며 문인협회, 음악협회, 미술협회, 연극협회가 생겼다. 문인협회의 경우 2, 3, 7대 회장을 역임하며 ‘통영문학’지를 펴내기도 했다.

    1983~1986년 ‘통영군사’ 편찬·집필위원·간사를 지냈고, 1999년 ‘통영시지’ 편찬위원과 ‘통영문학사’ 집필위원을 역임했다. 이를 바탕으로 민요의 일종인 어요(漁謠) ‘살치기의 노래’를 발굴했다. 국사편찬위원자료조사위원, 경남 향토사연구회 부회장 등을 맡으며 향토문화사 발굴 사업에도 힘을 쏟았다.

    세월이 흘러 삶의 여유를 찾았을 무렵엔 문학을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었다. 경상대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면서 초현실주의 문학을 전공하며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3~1986년 ‘통영군사’ 편찬·집필위원·간사
    1999년엔 ‘통영시지’ 편찬위원 등 역임
    2002년 퇴임 후 2015년 ‘한빛문학관’ 지어
    후배 위해 동분서주… 꾸준히 작품 활동도
    통영 향기·빛깔 담은 순수 문예지 만들고파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과 기획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차영한(85) 시인이 한빛문학관 운영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김성호/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과 기획으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차영한(85) 시인이 한빛문학관 운영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김성호/

    ◇퇴임 후엔 사재 털어 문학관 개관= 차 시인은 2002년 통영시청 총무국 지방서기관 발령을 끝으로 4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퇴임 후엔 경상대학교에서 8년 동안 출강하며 작문과 문학의 이해를 강의했지만 재밌지는 않았다.

    “그때 마침 갖고 있던 땅 일부가 도로에 편입되면서 보상금을 조금 받게 됐어요. 돈이 생기니까 여러 궁리를 하게 되더라고요. 후배 문학인들을 위한 문학 연구의 산실이자,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찾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2015년 한빛문학관이 지어졌다. 후배 문학인들을 위한 다락방 같은 곳이다.

    통영시 봉평동에 들어선 한빛문학관은 면적 78평인 2층 건물이다. 1층은 연구도서와 발표 문학서적 등 3000여권을 비치한 서재와 무료북카페, 연구실, 자료실, 관리실, 셀프주방 등이 갖춰져 북콘서트와 소그룹 모임을 할 수 있다. 2층은 빔프로젝트를 갖춘 세미나실, 회의실이 있다. 2021년 경남도로부터 정식 사립문학관으로 등록됐다.

    한빛문학관은 각종 문학 세미나와 특강, 문학 토론 등이 이어지는 문학 공간이다.

    통영문인협회를 비롯한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차 시인이 무료 문학 강좌를 열고 한빛문학관 이름으로 다양한 문학서적을 출판하고 있다.

    한빛문학관은 한국 근대문학을 연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차 시인이 아끼며 모아둔 것이 지금은 후배 문학인들을 위한 재산이 된 것이다.

    조선시대 시전(詩傳)에서부터, 1927년도 통영문학의 종합지 성격을 띤 ‘참새’지 영인본, 백석 시인의 시에 등장한 ‘란’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박경연 여사가 보내온 친필도 있다.

    또 작고한 김상옥, 진주의 이경순, 파성 설창수 시인을 비롯해 청마의 큰사위 김성욱 문학평론가 등 유명 문인들의 육필 원고와 전국문예지 등이 한빛문학관 서재에 빼곡하다.

    차 시인은 지금도 시민 대상 교육프로그램과 각종 문학 행사 기획, 출판 등 한빛문학관 운영으로 하루를 바쁘게 보낸다. 최근엔 지역 문인들의 육필 원고 모음집 ‘따스한 숨결로 쓴 타임캡슐’도 출간했다. 육필모음집은 현역 통영 출신 문인 71명과 작고 문인 28명 등 99편의 육필을 모아 펴낸 단행본이다.

    작품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 지난해에는 제8회 한국서정시문학상을 받은 시집 ‘우주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17번째 시집이다.

    차영한 시인은 “문학관 건립 이후 백일장, 전시회, 한글학교, 문학강연, 공모전 등을 계속해왔으나 힘에 부칠 때도 있다”며 “지원이 더 확보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차 시인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통영의 향기와 빛깔을 담은 순수 문예지 ‘0과1문학’을 발간할 계획을 한참 설명했다.

    그는 “200쪽 내외 분량이 될 것 같아 아쉬움이 있지만 훌륭한 문예지로 만들어 보일 생각”이라며 “할 일은 아직도 많은데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차영한 시인은= 통영에서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정년 퇴임했다. 경상대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면서 초현실주의 이론에 매료됐다. 1978년 ‘시문학’에 추천 완료되고, 평론 부문에서도 ‘청마 시의 심리적 메커니즘 분석’으로 우수작품상에 당선됐다. 이후 시와 문학평론 활동을 함께 해왔다. 84살이던 2022년 ‘우주 메시지’로 17권의 시집을 냈으며 ‘초현실주의 시와 시론’ 등 3권의 비평집, 수상록 ‘생명의 선율 그 그리운 날들’을 출간했다. 경남문학상을 비롯해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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