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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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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예술인을 담다] (2) ‘천털’ 천영훈 배우

“암 이겨내고 돌아올 겁니다, 다시 공연해야죠!”
작년 11월 식도암 3기 판정, 치료 3주차
“죽어도 무대에서 죽겠다” 12월에 공연도

  • 기사입력 : 2023-01-17 21: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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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0여년 동안 경남 연극을 이끌어온 천영훈(61) 배우가 최근 식도암 3기 판정을 받아 서울에서 항암·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힘든 투병 생활에도 경남도민과 경남연극인들을 위한 투병편지를 써 신문사로 보내왔다. 천 대표의 건강을 고려해 서면 인터뷰로 그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지난 11월 천영훈 배우가 식도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아내와 함께 간 화포천 생태습지에서 웃어보이고 있다./천영훈/
    지난 11월 천영훈 배우가 식도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아내와 함께 간 화포천 생태습지에서 웃어보이고 있다./천영훈/

    ◇식도암 판정에도 연말 공연 마무리= 천영훈 배우가 이상증세를 느낀지는 지금으로부터 2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당시 목에 당뇨약이 자꾸 걸려 불편함을 느낀 그는 동네 이비인후과와 파티마병원, 창원경상대병원 등을 전전해 가며 검사를 진행했다. 그는 11월 21일 최종적으로 식도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이어 12월 초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검사를 시작했고 29일부터 항암치료에 들어가 현재 3주차 치료에 접어든 상태다.

    천 배우는 항암치료에 들어가기 전 별명인 '천털'을 상징하는 수염과 머리를 모두 밀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총 5주간 진행되는 항암치료를 시작하자 낙천적인 성격에도 문득 두려움이 느껴진다고 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건 당연한데, 가장 불편한 건 근육 경직과 치통이다.

    "어깨를 중심으로 근육이 뭉쳐 의사 선생님에게 암보다 근육 경직으로 아파 죽겠다고 농담을 하고 있어요. 또 괜찮아졌다가도 후유증이 나타나는지 하루는 온몸에 힘이 빠지고, 이를 아래위로 부닥치면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느껴지니 밥도 먹기 힘들어져 짜증만 밀려오고 그러네요. 그래도 웃자, 웃자! 하면서 힘내고 있습니다."

    식도암 3기 판정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에서 5주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천영훈 배우./천영훈/
    식도암 3기 판정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에서 5주간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천영훈 배우./천영훈/

    그는 5년 생존율이 50%에 못 미치는 식도암 3기를 판정받자 연극경연대회 심사위원직, 드라마 출연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단 하나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연극이었다. 12월 26·27일 제주에서 예정된 극단 세이레 창단 30주년 기념 축하공연 '달빛유희'(천영훈·김종찬 출연)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

    "의사 선생님에게 간곡히 요청해 공연날에는 치료를 받지 않도록 일정을 조율했어요. 조금이라도 몸이 괜찮을 때 무대에 오르고 싶었죠. 그때 '죽어도 무대에서 죽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소품을 정리했던 기억이 나네요."

    달빛유희는 오랜 친구인 김덕(천영훈)과 최봉(김종찬)이 산속 무덤에서 10억원 상당의 국보급 불상을 찾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을 그린 연극이다. 이번 공연에서 천 배우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목소리였다. 임파선에까지 암 세포가 일부 전이된 상황에서 신경에도 영향이 미칠 경우 목소리가 일정 기간 안 나올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진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무대에 오르는 순간부터는 배역에 집중하면서 그런 걱정들은 다 잊어버렸다고 한다.

    "마지막 공연이라 생각하고 무대에 올랐지만 끝나고 보니 그렇게 슬프진 않았어요. 다시 무대로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고요. 전 괜찮았는데 최봉 역을 맡았던 종찬은 내색은 안했지만 기분이 뭔가 달랐던 것 같아요. 수십년을 같이 했으니 딱 보여요. 제주 공연을 끝으로 수염과 머리를 밀고 본격적으로 '환자모드'에 돌입했고 다음날 저 혼자 항암치료를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했어요."

    천영훈 배우
    천영훈 배우

    ◇40여년 지나 삶이 된 극단 생활= 천영훈 배우는 1980년 예비고사를 치고 학원 국어선생님이 와보라해서 갔던 곳이 극단이다. 그렇게 40여년. 그는 경남에서 연기를 하고, 각본을 쓰고, 직접 극단을 이끌며 지역연극인으로 살아남았다. 1989년에는 29살 젊은 혈기로 극단 미소를 직접 창단했고 2013년부터는 도파니아트홀(도파니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1987년 터전연극 소극장에서의 '결혼'을 시작으로 그가 만든 작품은 수십 편에 이르고, 다수의 상도 수상했다.

    그에게 연극은 20대 때 새로운 세계로 다가왔고, 40대 때 현실이자 의무가 됐고, 이제는 그의 삶이 됐다.

    40여년 동안 지역연극을 받쳐 온 대들보로서 천 배우는 지역연극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유명한 배우나 스태프를 수도권에서 불러오는 것이 아닌, 지역에서 지역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만이 지역연극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연극인, 행정, 관객인 도민이 함께 지역 예술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마음이다.

    그는 가장 먼저 도민들에게 "많은 관심으로 함께 한다면 지역 연극은 한 걸음 더 쉽게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끝없는 관심 부탁드립니다"고 말을 전했다. 이어 행정에 "평소 극단들이 어떻게 활동해왔는지 잘 헤아려 폭넓게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지원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경남 연극인들에게는 격려와 함께 꾸준함을 강조했다. "우리 경남연극인들 잘해 오고 있습니다. 여지껏 잘해왔지만 욕심내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고 지역연극을 위해서 하루하루 정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주변서 전해주는 따스함 큰 힘= 배우 천영훈은 연극 외 삶은 여전히 바람 같았다. 결혼을 해서도 집에 돈 한 푼 가져다준 적도 없었다. 가족들에게도 항상 죽고 나면 허공에 훅 뿌려달라고, 바람처럼 훅 사라지겠다고 말해왔던 게 그다. 식도암 3기 판정을 받고도 '그냥 가면 그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의 격려를 받다 보니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형편상 암 치료와 수술 비용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래도 격려해주는 분들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며 사는 날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고 치료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모든 치료를 끝내고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이 있으면 참가해야겠지요."

    그는 2월 초 항암치료가 끝나면 창원으로 복귀해 수술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2월 중순 서울로 가서 재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으면 3월 8일 수술을 받는다. 창원에는 3월 중순 되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천영훈 배우는 지난 14일 본지 문화부로 투병편지를 보내왔다. 다음은 투병편지에 담긴 천 배우의 자작시와 글이다.

    천영훈 배우가 식도암 투병 중 경남신문으로 보낸 투병편지.
    천영훈 배우가 식도암 투병 중 경남신문으로 보낸 투병편지.

    살다가 바람처럼 가더라도

    -천털-

    그냥 바람처럼 훅 가는게

    삶이라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

    황폐해가는 육신에 힘겨워 할 때

    곁에서 나무처럼 지켜주고

    비 적셔 주는 님들이 있어

    내 눈가에 눈물짓게 하더라

    삶은 바람처럼 훅 가더라도

    그냥 가는 게 아니고

    너와 나의 관계와 사이에 따스함을 두고

    바람처럼 가야하는 것이어야 하더라

    눈물짓게 하는 세상

    그대들이 있어 고맙습니다.

    치료 잘 받으라고 십시일반 힘을 모아주신 예술인 연극인 선후배님, 페이스북 친구님 모든 분들께 고마움의 인사를 올립니다. 응원의 댓글을 주시는 분들도 큰 힘이 됩니다. 얼른 나아서 무대 위에서 활기찬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천영훈 올림.


    〉〉〉응원 한마디

    투병 중인 천영훈 배우의 인터뷰를 기사화한다는 소식에 경남연극인들은 격려와 응원의 한마디를 보내왔다. 응원의 순수함을 전달하기 위해 직함을 생략하고 그들의 마음을 전한다.


    〉〉고능석 “극단 현장의 ‘진주성’에서 ‘갖바치’ 역할을 맡았던 형님, 당시 코러스였던 저한테 형님은 영웅이었습니다. 영웅의 귀환을 빕니다.”

    〉〉고대호 “무대에서 울고 웃으며 작업한 30년. 훌훌 털고 일어나 30년 더 무대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봅시다!”

    〉〉김종찬 “오랫동안 연극현장에서 동거동락을 함께한 친구이자 동료인 연극배우 천영훈. 빠른 시일 내에 무사히 완쾌해서 다시금 무대에서 기쁜 마음으로 연기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천영훈 힘내고 빨리 일어나!”

    〉〉문종근 “형 힘들지만 화이팅하이소. 그놈이 연극보다 힘든 게 아니니까요. 어서 빨리 쾌차해 고항인 무대에서 같이 뜁시다.”

    〉〉서용수 “천/ 천상 배우로 살아오신 그대를 존경하옵니다. 영/ 영광스러운 무대로 부디 다시 돌아오소서. 훈/ 훈제연어처럼 맛깔난 연기를 보고싶소이다. 빠른 쾌유를 응원합니다.”

    〉〉이삼우 “한순간 천지를 달리는 유황불이여, 거목을 두 동강내는 천둥앞에 번개여. 나의 백발을 불태워라. 천지를 뒤엎는 뇌성이여. 둥근 지구를 때려 부수어 납작하게 만들어라.”

    〉〉장종도 “늘 그러했듯 털고 일어나셔서 곧 무대에서 뵙겠습니다.”

    〉〉정주연 “영원한 배우 천털 선배님~~~! 어여 완쾌하셔서 오라버니로, 어르신으로, 남편으로 함께 무대에서 놀아야지요. 힘내십시오! 힘!!!”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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