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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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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이 만난 우리 시대의 명인] 도내 무형문화재 전승·보존 위한 좌담회

“지역 문화자산 사라지기 전에 정부가 맥 잇기 나서야”

  • 기사입력 : 2022-10-28 08: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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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5월부터 매주 연재된 ‘문인이 만난 우리시대의 명인’이 이달 21일 23회로 막을 내렸다. 지난 5개 월여간 이 시리즈에 참가했던 문인들은 오랫동안 지역민과 함께 해 온 소중한 문화자산인 무형문화재가 전수자의 부재나 지역사회의 관심 부족 등으로 전승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형문화재(놀이·탈춤 등)가 우리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젊은이들과 전통문화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은 경남신문이 이번 시리즈를 마치며 지난 25일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문화대장간 풀무에서 가진 도내 무형문화재의 올바른 전승과 보존을 위한 좌담회를 통해 나왔다. 이 자리에는 연재에 참여했던 이달균(시인), 김우태(시인), 김홍섭(소설가), 조평래(소설가), 홍혜문(소설가)씨 5명의 문인이 참석했다.

    지난 25일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문화대장간 풀무에서 문인들이 도내 무형문화재의 올바른 전승과 보존을 위한 좌담회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문화대장간 풀무에서 문인들이 도내 무형문화재의 올바른 전승과 보존을 위한 좌담회를 하고 있다.

    - 시리즈를 마치며 느끼는 소감은.

    △이달균= 다섯분을 취재했는데 여든이 넘거나 여든을 바라보는 보유자들이었다. 이들은 선대 혹은 스승의 과업을 계승하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한길을 걸어온 분들로서 그 과정은 눈물겹기 짝이 없다. 단언컨대 그 족적은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한류의 원천이자 바탕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이들에 대한 취재를 마치고 원고를 쓰는 시간은 죽비로 나를 다그치는 시간이었다. 문인으로 나는 원고지 앞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나, 문학 속에 무엇을 담으려 했나 하는 반성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김우태= 천년의 전통을 평생을 바쳐 이어온 우리 시대의 명인을 만나면서, 전통문화는 어떻게 세월을 이겨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는 매듭장(배순화), 소목장(김동귀), 염장(조대용), 한지장(이상옥) 등 주로 장인을 만났는데, 이 분들의 삶 자체가 ‘문화와 기술의 완전한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의 진화 방향과 전통문화의 복원이라는 방향이 서로 엇갈릴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르는데, 이를 극복하고 위대한 유산을 온전히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치열한 장인정신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기리고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홍섭= 이번에 무형문화재 기능·예능보유자들을 만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다. 그동안은 그분들의 공연을 그저 즐기기만 했지 실제 전통놀이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는 몰랐다. 취재 중 이미 고령이 된 그분들의 인생의 절반 이상이 투자되었다는 것. 그것도 대가가 거의 주어지지 않거나 때로는 자비를 들여가며 전통을 지키기 위해 전투적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가슴 먹먹한 감동을 받았다. 그분들의 전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분야에서 계승자를 찾지 못해 무형문화재가 사라지고 있어 걱정이 들었다.

    △조평래= 대부분 낯선 분야라 처음에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좀 두려움 마음으로 시작을 했으나, 일가를 이룬 한분 한분을 만나면서 차츰 흥미가 생겨났고, 갈수록 사명감으로 세상에 제대로 바로 알려야 하겠다는 욕심과 의욕이 생겼다. 그동안 생소한 분야에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신을 가지고 일가를 이룬 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게 많다. 멋진 기획을 하고 기회를 주신 경남신문사와 함께 뛴 집필진 동료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홍혜문=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명인의 삶은 천 년 나무의 그늘을 더듬는 것처럼 아련함을 주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함께 어울려 풍년을 기원하고 하늘과 땅에 제사 지내며 굴곡진 역사의 험준한 강을 건너온 것이다. 명인들의 삶은 각 지역의 독특한 소리와 악기, 그리고 탈춤과 노래와 갖가지 단체 무희나 경기로 우리네 삶의 고단함을 덜어주고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분들은 현대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가까스로 전수되거나 잊혔다. 세속적인 이익과는 환산할 수 없는 그분들의 삶. 이분들에 대한 취재를 마무리하며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분들께 가슴 따뜻한 감동과 경의를 표한다.

    지난 25일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문화대장간 풀무에서 문인들이 도내 무형문화재의 올바른 전승과 보존을 위한 좌담회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문화대장간 풀무에서 문인들이 도내 무형문화재의 올바른 전승과 보존을 위한 좌담회를 하고 있다.

    - 무형문화재의 올바른 보존과 전승 방안을 제시한다면.

    △이달균= 보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쉬움을 토로한다. 소중한 민족문화 계승을 위한 지원과 방안이 부족해 자칫 잘못하면 맥이 끊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의 확산은 물론, 해결책도 마련돼야 한다. 이번에 가산·고성오광대 등 탈춤을 취재했었는데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무형문화재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국의 탈춤’을 2020년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모두가 바라는 대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면 우리의 풍자와 해학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최고의 민족예술로 거듭나게 될 것인데 한시바삐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보겠다.

    △김우태 = 무형문화재 보유자분들은 자연인으로서 한 개인이기도 하지만 국가와 지역사회의 소중하면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자산이다. 이분들의 생활이 어렵다는 것은 언론매체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전통문화와 전통산업을 홀대하고 문화강국으로 성장한 나라는 없다. 무형문화재의 전승과 기능보유자에 대한 예우는 법과 제도에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운용에 있어 지역별로 차이가 많다. 지자체에서는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은 장인들의 생산품을 우선 구매해준다든지, 생산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장려금을 지원한다든지 하는 특색에 맞는 조례를 제정해 전통문화를 산업적으로 계승·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김홍섭= 전통문화에 대한 제언이라기보다는 충언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면서도 예능보유자나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지 못한 전수자들이 많다. 이는 전국에 비슷한 무형문화재가 있으면 한 곳만 보유자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비슷하다고 같은 것은 아니다. 각 지역마다 그 지역만의 전통과 문화가 가미되어 독특한 지역색을 띈다. 같은 판소리 수궁가라고 해도 호남과 영남이 저마다의 빛깔이 가미되고, 같은 영남이라도 통영오광대나 고성오광대는 또 다른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문화예술당국자는 이런 점을 충분히 반영하여 전수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우리의 전통을 지켜나가는데 응원해주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조평래= 평생을 한 분야에 종사하며 악전고투 끝에 기능보유자나 예능보유자가 되었는데, 중간에 제도가 바뀌는 과도기라 몇 군데는 중간에서 면담을 차단하여 아예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수자나 전수 교육사를 교육하거나 뽑을 때 예능보유자나 기능보유자에게 많은 권한을 줘야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제자와 스승 간의 사이가 좋은 곳이 더 많았지만, 이수자나 전수 조교 중에 기능·예능보유자를 만나려고 하면 ‘연세가 많다’ ‘청력이 안 좋다’ ‘말을 제대로 못 한다’고 하며 차단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웠다. 이런 사람이 앞으로 한 분야의 문화를 계승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홍혜문=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중에는 연로하여 지역의 문화 행사에 소외되거나 돌아가신 분들이 많았다. 이수자 없이 예능보유자가 작고하게 되면 전통문화의 맥이 끊기게 된다.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수도 있는 소중한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다. 시민들과 특히 젊은이들과 전통문화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언론매체에 전통문화를 자주 조명하는 것이 필요하고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예능보유자의 생계비를 제대로 지원해주고 행사연습실 등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문화의 전수를 가능하게 하는 대책이 아닐까 한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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