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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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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1대 1.414- 차상호(자치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9-27 19: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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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대 1.414’ 흔히 ‘금강비율’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옛 건축에서는 이 금강비율을 활용했다고 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황금비율, 즉 ‘1대 1.618’을 건축에 사용했다. 그런데 1대 1.414 비율을 적용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종이’다.

    인터넷을 여기저기 뒤져보니 친절하게 설명한 곳이 많아 소개한다. 우리가 많이 쓰는 종이의 규격 ‘A4’ 이야기다. A4는 가로 210㎜, 세로 297㎜다. 쉽게 가로 200㎜, 세로 300㎜로 하지 왜 이렇게 정해졌을까?

    나라마다 종이의 규격이 다르다 보니 여러 불편한 점이 있었고, 자투리 종이 낭비를 막기 위해 독일에서 종이의 국제규격을 정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종이를 반으로 잘라도 가로와 세로 길이의 비율이 일정한 전지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전지의 규격이 바로 가로 841㎜, 세로 1189㎜였다. 이것이 바로 ‘A0’다. 한 번도 자르지 않은 종이. A0를 반으로 한 번 자르면 A1, 두 번 자르면 A2, 이런 식이다. 그러니까 A4는 4번 자른 크기인 것이다.

    이렇게 잘라도 가로와 세로 비율은 1대 1.414다. 물론 약간의 오차는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전지가 규격에 맞지 않아 버리는 종이가 생겼고, 새롭게 탄생한 규격이 B0다. 물론 몇 번 자르느냐에 따라 B1, B2, B3 식으로 분류한다.

    지금은 당연한 듯 A4 용지를 쓰지만 복사기와 프린터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A4도 표준이 됐다. A4지를 가로로 두 번 접어도 편지 봉투 밖으로 삐죽 튀어나왔고, 거기에 맞춘 편지 봉투가 나온 것은 그 뒤의 일이다.

    A4지는 당연한 얘기지만 하얗다. 표백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표백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흔히 쓰는 대봉투 혹은 서류 봉투의 색깔이다. 색깔도 색깔이지만 봉투 겉면을 보면 표면이 고르지 않다. A4지는 여기에 활석이라는 돌가루를 첨가해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표면을 균일하게 하고 잘 찢어지지 않도록 가공을 한 것이다. 물론 종이에 손이 베이는 것도 이 돌가루 가공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국제표준이라고 해도 사실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는 일이다. 지금은 추억 속의 물건이지만 비디오라는 게 있었다. 그 비디오에 들어갈 테이프 규격을 두고 국제적으로 표준을 만들기 위해 업체가 경합했지만 결국 VHS가 승리해서 표준이 됐다. 그러나 MZ세대에게 비디오나 비디오 테이프라는 것 자체가 유물일 뿐이다.

    USB는 어떤가. USB가 나오기 전 플로피 디스크라는 걸 썼었다. 처음에 5.25인치 디스켓을 쓰다가 어느 순간 3.5인치로 모두 바뀌었고 역시 지금은 유물이 됐다. 그 많던 카세트테이프는 또 어떤가. CD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디지털 음원으로 직접 듣는 시대가 됐다. 그렇게 표준이 바뀌면서 CD 플레이어와 DVD 플레이어도 지금은 무용지물이 됐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것도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조선 시대 외국의 기록이나 사진 자료를 보면 조상들의 밥 공기는 엄청나게 컸다. 그런 것이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대와 1980년대 식당에서 제공하는 밥 공기 규격을 정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것도 있고 너무 빨리 변하는 것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어찌어찌 적응하겠지만 시나브로 표준이 되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A4 용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차상호(자치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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