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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5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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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직업으로서의 대통령-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2-08-30 20: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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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중 한 장면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을 태운 버스를 탈취해 인근 야산에서 ‘함께 즐겁게 논’ 혐의(?)로 고발 당한 방꾸뽕씨는 판사로부터 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한다. “제 직업은 어린이해방군 총사령관입니다”라고.

    판사가 황당해하자 우영우 변호사는 구속을 피하려면 엉뚱한 소리 말고 무직이라고 답하라고 조언하지만, 방구뽕씨는 뜻을 굽히지 않고 직업이 어린이해방군 총사령관이라고 재차 말했다가 결국 구속되는 신세가 된다.

    사회적 관념으로 볼 때 일정한 직장이 없고 특정한 일을 하지 않는 방구뽕씨는 무직자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하며, 행복해야 하고, 건강해야 한다’는 본인의 신념을 지키고자 어린이해방군 총사령관이라는 직업을 끝까지 고집했다.

    여기서 나는 ‘직업’과 ‘신념’에 주목했다. 30년 가까이 기자를 업(業)으로 하면서 고된 일상과 박봉을 견디게 한 것 중 하나는 사명감이었다. 모르긴 해도 우리 사회가 별 탈 없이 작동하고 있는 배경에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일터에서 사명을 다하고자 노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에게 일이란, 먹고사는 수단에서 그치지 않고 한 차원 나아간다. 바로 신념과 사명감이다. 이 두 가지를 실현함으로써 우리는 보람을 느끼고 사회에 기여하며 함께 살아간다.

    범인이 이러한데 국가의 리더, 즉 대통령의 직업의식은 더욱 중요하고 투철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나 취임 100일 사이 불거진 집무실 이전·인사 등 여러 가지 논란을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대통령’이라는 직업을 대하는 인식과 자세가 국민의 바람과 큰 괴리가 있어 보여 퍽 우려스럽다.

    각종 논란에 따른 행정공백과 혼란, 시간과 예산 낭비를 야기했고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겼다는 것에 더해 결정타는 이달 초순 전국에 큰 피해를 안긴 수해 당시의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이었다.

    서울 신림동 수해현장에서 윤 대통령은 왜 미리 대피를 안 했냐고 반문하며 ‘본인의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데도 침수가 될 정도였고 퇴근하면서 보니 아래쪽 아파트에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말했다. 이에 침수된 것을 보면서도 퇴근했냐는 여론이 일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퇴근 당시는 피해 발생 전이었다고 해명하면서 비가 온다고 해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냐,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답했다.

    이는 현 정부가 심각한 재난상황 발생 시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함과 동시에 대통령직을 대하는 현직 대통령의 인식 수준을 가늠케 했다.

    3명의 전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윤여준은 그의 책 ‘대통령의 자격’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필요한 능력’이 아니라 ‘선출 이후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대통령의 자격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고 국군 통수권자이며 비상상황 발생 시 국회 동의 없이도 법적 명령을 동원할 수 있으며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막강하고도 막중한 자리이다.

    앞으로 4년 8개월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앞선 정부와 비교해보라거나 알려주면 잘 하겠다거나 하는 아마추어 같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직업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 그것이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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