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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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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무궁화 꽃 예찬- 정현수(동화작가)

  • 기사입력 : 2022-08-25 19: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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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애국가에 이런 구절이 들어 있다.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이란 걸 모두가 알지만, 우리는 무궁화 꽃을 너무나 예사롭게 대하는 게 아닌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는 아주 이른 새벽이면 운동을 나간다. 몇십 년 동안을 뛰었지만, 요즘은 그냥 걷는다. 무릎을 아끼라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도 있고 해서, 속도가 느리니 눈에 띄는 게 많았다.

    유독 하얗고 또 발가니 활짝 피어난 꽃. 새벽빛을 은은히 품어 안으면서 피어있는 아주 하얀 꽃, 눈부시도록 화려하다. 하얀 색깔이 이렇게 화려했단 말인가, 가깝게 다가간 순간 어둠을 밀어낸 그것은 ‘하얀 무궁화 꽃’이었다.

    그냥 잊고 있었던 꽃, 무궁화 꽃이었다.

    차가 슝슝 달리는 길가에 줄지어 군데군데 소담스럽게 가지를 뻗은 무궁화를 가로수라 하련다. 그러하려고 심은 듯했다.

    내가 최근에 이사 오게 된 도시의 변두리, 이곳은 인공 호수와 그 아래로 강이 흐름에 어디를 봐도 가꾼 정원이다.

    변두리 지역을 개발하면서 새길에 무궁화를 많이 심었나보다, 봄이면 벚꽃이 터널을 만들며 화사하게 피어 꽃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나는 지금 무궁화 꽃을 마음에 담는다.

    가지의 끝자락마다 태극기 깃봉 모양의 꽃봉오리가 맺혀, 날이면 날마다 새 꽃이 피어난다.

    다섯 장의 꽃잎이 서로 반쯤 겹쳐 작은 주먹만 한 꽃송이가, 암술 수술이 살그머니 어깨를 기대듯 꽃자루를 치켜세우고 있다. 붉은색 무늬가 생기는 데서 흔히 ‘단심(丹心)’이라고 부른다 했다.

    부채를 팔랑거려 바람으로 더위를 쫓고 싶은 7, 8월의 여름이 들어서면서 무궁화 꽃이 피기 시작한다. 정오쯤엔 꽃잎을 활짝 벌리고 해거름에는 오므라들어 다음날이면 땅으로 떨군다. 100일 동안 매일 새 꽃송이를 등불처럼 매달아 길가는 나그네를 향해 인사하는 그 모습이 내 나라 대한민국의 꽃이라니, 마냥 자랑스럽기만 하다.

    평소와 달리 오늘 내 마음에 안겨든 무궁화 꽃의 화려함이 무엇인지를 걸으면서 생각한다.

    내가 최근 코로나로 매우 심하게 아팠다.

    아파보니, 대한민국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의료 체계가 얼마나 잘 돼 있는 나라인지, 그에 따라 종사하시는 모든 분의 친절함은 말할 나위 없음을 새삼 깨달으며 그것이 무궁화 꽃처럼 빛나는 우리 민족의 끈기와 믿음이라 새삼 느꼈다.

    뜨거운 여름, 화려함을 뽐내다가 늦가을이 되면 폴폴 꽃잎을 다 떨구고 추운 겨울의 고단함을 지낼 궁리를 하는 무궁화 꽃이여!

    얄궂은 벌레들에게도 한 편을 내어주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세대처럼 삼천리강산이 무궁화 꽃으로 덮이는 이상향에, 나는 자랑스럽고 위대한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사랑하련다.

    연년세세 길이길이 빛나는 그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국민으로, 시민으로, 땅에 떨어진 무궁화 꽃, 아쉬운 마음으로 허리를 굽혀 집는다. 입(口) 오므린 한 송이 무궁화 꽃을!

    정현수(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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