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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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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의사봉이 갖는 무게- 이준희(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2-07-19 20: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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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면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사 1조 제2항 경상남도의회 상임위원회 위원 개선의 건을 원안대로 의결하고자 하는 데 이의 없습니까? 이의 없으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땅!땅!”

    지난 14일 열린 경남도의회 제39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상임위원회 위원 개선의 건’을 상정·가결하는 상황이다. 상임위원 개선의 건은, 상임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변경했다는 말이다.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경남도의회는 지난 8일 제396회 임시회에서 전반기 상임위원 선임의 건을 마무리했고 그 결과를 공표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이 상임위 배정에 불만을 표하면서 안건을 의결한 지 6일 만에 번복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상임위로 옮긴 의원은 이전 상임위 때 보다 더 열심히 의정 활동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김진부 의장과 경남도의원 전원은 이날을 뼈아프게 기억해야 한다.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의 의사봉 3타에 담긴 존중과 합의, 승복의 의미를 의원들 스스로 훼손한 날이기 때문이다.

    본회의 의결 전까지 상임위 회의실이나 본회의장에서 안건을 놓고 의원 간 매섭고 뜨거운 논쟁은 얼마든지 오갈 수 있다. 하지만 의결이 이루어진 이후라면 상황은 다르다.

    의장과 의회 측은 미숙함이 낳은 결과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지만, 이는 도민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의결 결과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는 나아가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원들이 권한을 남용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폐단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의회 운영을 위해 의장 권한으로 상임위원을 재배정했다고 했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의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고, 의원 간 이견을 중재할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 행사나 의회 운영을 독단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의장의 권한을 내려놓고 객관적 시스템에 의해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해 나가며 신뢰받는 의회를 만들겠다던 김진부 의장의 취임 일성이 공허해졌다.

    교섭을 할 타 정당이 없어도 원만한 의회 운영을 위해 교섭단체를 구성할 필요성을 강조했던 국민의힘 원내대표단도 이번 상임위 배정 번복과 관련해 도민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일색인 경남도의회를 보는 다수의 도민은 ‘과연 같은 당 도지사가 이끄는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김진부 의장을 비롯한 60명의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이 개원 전후로 입버릇처럼 말해 온 것처럼 의회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잘 수행해 신뢰받는 의회가 되려면 내부 소통과 협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록 시작부터 삐걱대는 모습이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앞으로 남은 4년이 더욱 중요하기에 도민들도 비난보다는 관심으로 제12대 도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똑똑히 지켜봐야 4년 후 투표로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준희(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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