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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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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망중한과 무탈- 양진석(한국경영기술지도 사회 경남부회장)

  • 기사입력 : 2022-05-09 20: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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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주 월요일 오후 창원 불모산에 있는 성주사에 다녀왔다. 통일신라시대 흥덕왕 때 승려 무염국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절로서 시청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다. 8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 절 입구에 연등이 형형색색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수국 꽃잎도 활짝 필 준비를 하고 있었고, 단풍나무 잎의 끝도 사람 손톱 매니큐어처럼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경내에는 연등행사 준비로 몇몇 불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대체로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러한 풍경에 취해 잠시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고 있는데, 어느 여성 방문객 한분이 대웅전 옆 건물 입구에 서서 합장을 한 채 오랫동안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였다. 가만히 보니 몸이 불편한 것 같았다. 얼마나 절실했으면 저렇게 몸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소원을 빌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나도 얼른 대웅전 앞으로 가서 합장을 하고 소원을 빌었다. 우리 가족들 건강하고 각자 소망한 대로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분들과 조금 전 그 여성의 소망도 함께.

    한참 절을 둘러보고 내려오는데 문득 작년 이맘때 혼자 고성 갈모봉에 간 일이 생각났다. 마침 그날은 짙은 안개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비탈진 산길을 따라 겨우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마치 교도소 감방처럼 ‘나’ 라는 존재가 완전히 포위된 것만 같았다. 평일에는 인적이 드문 곳이라 등산객 한두 명 정도 보일 뿐이었다. 아름답게 지저귀는 소리는 들리는데 새는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사색은 나를 잡아당기고 있었다.눈을 지그시 감고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세월을 회상하니 마치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순간은 무아지경(無我地境)이었다. 마음이 어느 한 곳으로 온통 쏠려 자신의 존재를 잊고 있는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 즉 ‘내가 없는 경지’라는 뜻이다. 무아지경을 넘어서면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로 올라서는 것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을 지낸 효종 스님은 입적하는 날에도 “스님,화두가 들리십니까?”라고 물음에 “무(無)라,무(無)라,무(無)”라 답했다고 한다. 스님은 무(無)를 세 번이나 말했다. 단순한 무(無)가 아니라 완전한 무(無)라는 의미가 아닐까.

    공자의 제자 중에 증자(曾子)라는 제자가 있었다. 증자는 매일 자신을 세 번 성찰했다고 한다. 단순한 세 번이 아니라 ‘수없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세 번’이라는 의미는 남다르다. 무슨 내기를 하든 결정을 하든 대부분 세 번까지 한다. 약속을 걸고 ‘가위바위보’로 세 번을 하고, 교회 미사 때 ‘고백의 기도’를 마치면서 가슴을 세 번 치는 것도 완전한 뉘우침의 의미다. ‘만세삼창’도 한 번은 부족하고, 두 번은 어중간하니, 꼭 세 번을 채워야 완전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여기서 세 번은 더 이상 채울 것이 없는 ‘완전한’ 무(無)라는 의미인 것이다.

    드디어 4월 18일부터 사적 모임 인원 제한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다. 해서 부처님 오신 날 많은 이들이 사찰을 찾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연등을 달았을 것이다.

    저마다 2년이라는 긴 코로나 터널을 헤쳐 나오는데 많은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아직도 완전한 종식까지는 멀었다. 설상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인플레이션에 의한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온 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다. 5월 한 달만이라도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온 세상이 무탈(無頉), 무탈(無頉), 무탈(無頉)하기를 기원해 본다.

    양진석(한국경영기술지도 사회 경남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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