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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7월 07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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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자원봉사자의 날 국민포장 경남 대표 봉사왕 김숙자씨

“40여년 봉사에 중독… 나보다 어려운 어르신들 위해 살았죠”
1980년 마산 새마을 지도자로 봉사 첫발
한평생 홀몸어르신·소외 이웃 보듬어

  • 기사입력 : 2021-12-22 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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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누군가는 정을 나누며 따뜻한 겨울을 보내지만 소외된 누군가는 잔인한 계절을 보낸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퍼진 세상에서 소외된 이웃들이 맞이한 겨울은 더 추웠을 것이다.

    여기 한평생 홀몸노인 등 소외된 이웃들의 마음을 따뜻이 보듬어준 사람이 있다.

    그의 40여년 봉사 여정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부터 병원을 동행하고 기념일을 챙겨주는 등 행복을 선물하는 일이었다. 경남 대표 봉사인 김숙자(71·창원시 마산합포구)씨의 이야기다.

    김숙자씨는 1980년 4월 봉사의 길에 들어선 뒤 2007년 5월부터 마산보건소 스마일홈닥터봉사단에 소속돼 팀장을 맡고 있다.

    그가 한평생 봉사하며 살아오는 세월, 창원시 자원봉사자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것부터 경남도 자원봉사왕, 코오롱그룹 우정선행 대상을 받는 등 수상은 자연스레 뒤따랐다.

    40여년간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숙자씨가 단체 급식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40여년간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숙자씨가 단체 급식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자원봉사자의 날에 41년 3개월의 봉사를 인정받아 국민포장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그러나 그는 어느 멋들어진 수상 소감보다 “40여년 봉사를 하는 어려움보다 상장을 받는 게 더 힘든 것 같다. 이제 또 상값을 해야 하니까…”라며 자신을 낮췄다.

    김숙자씨가 지난 3일 ‘2021년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국민포장을 받은 뒤 남편 신상훈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숙자씨가 지난 3일 ‘2021년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국민포장을 받은 뒤 남편 신상훈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씨는 1950년 경상북도 안동 출신이다. 은사를 통해 남편을 소개받아 1974년 마산에 시집오게 됐다. 이후 남편 사택에서 지내며 처음엔 주변의 등살에 떠밀려 새마을지도자와 부녀회장 등을 맡아 봉사에 발을 들였다.

    그는 그 시절 봉사를 새마을모자를 쓰고 골목을 청소하거나 재난 복구 현장을 따라다니는 것부터 떠올렸다.

    또 기억에 남는 봉사로는 빈민가에서 골목유치원을 운영한 것과 양로원을 위문하던 일이 있었다.

    “당시 마산 빈촌에서 엄마, 아빠는 장사 나가고 없고 아이들은 골목에서 싸우면서 놀고. 제가 보육과를 나왔는데 실력 발휘해서 골목 유치원을 했죠. 또 양로원 위문을 생각하면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요. 지금은 잘 지어진 양로원인데 그땐 허름한 주택에 있었어요. 어르신들 뵐 때 아파트 옥상에서 소머리를 푹 고아서, 소머리곰탕을 하고 봉투에다 3000원을 넣어 드렸죠.”

    봉사를 하며 차곡차곡 햇수가 쌓였다. 쌀과 연탄을 나른 것부터 고아 부부 결혼식 주선, 장애인 단체 소풍 다녀오기 등 안 해본 봉사가 없을 정도였다. 그의 손이 거칠어지는 만큼이나 많은 이들을 도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픈 이별도 겪었다.

    김숙자 씨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숙자 씨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 손으로 요양원에 입소시킨 어르신이 네 분이 있어요. 정말로 집에 혼자 도저히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보살펴주는 가족도 없는 어르신들. 그중 두 분은 돌아가시고 두 분은 아직 계시죠. 마음이 좀 섭섭하죠. 처음에는 입소시키고 면회하러 가요. 첫 면회 땐 필요한 것을 적어오지요. 그리고 두 번째 면회 갈 때 준비한 물품을 가져가요. 세 번째 면회할 땐 이별 면회죠. ‘어르신 저 바쁜 것 아시지요. 저 이제 안 찾아옵니다. 옆에 있는 선생님하고 친구들하고 잘 지내야 합니다. 저 기다리지 마요’ 그 어르신들은 아직도 눈에 선하죠”

    그럼에도 그가 지치지 않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어르신들이 진정 행복해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어서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기껏해야 병원 모시고 가고 반찬을 가져다드리고 하는 건데, 그 정도 도와드려도 너무 좋아하죠. 보통 복지관 같은 경우 한 달 생일자를 모아서 한번에 하는데, 어르신들 자신의 진짜 생일을 알아서 미역국을 끓이고 조기도 굽고 케이크도 준비하죠. 여기에 보건소에서 주는 파스·영양제를 들고 가서 상을 차려드리고 노래를 불러드리면 너무 좋아하시죠.”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단체 급식 봉사가 중단되는 등 정기적인 봉사가 줄었다. 그러나 그는 봉사를 쉬어갈 수 없었다.

    감염병 사태 속에 어려운 이웃들의 고통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단체 급식을 대신할만한 도시락 배달을 찾아서 하고, 코로나19 예방접종 지원 봉사와 마스크 판매 지원 봉사, 마스크 제작 나눔 등 코로나 시대의 봉사도 다했다.

    김숙자씨가 마스크 판매 지원 봉사를 하고 있다./김숙자씨/
    김숙자씨가 마스크 판매 지원 봉사를 하고 있다./김숙자씨/

    “봉사를 안 하면 학교에 결석하는 학생 같은 기분이 든다랄까요. 봉사에 중독된 것 같아요. 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 거리를 무한히 제공하지요.”

    김 씨의 요즘 일상은 소속 봉사단의 일정에 맞춰 매주 화요일 몸이 불편한 홀몸노인 25명의 집을 찾아 도시락을 배달하고, 수요일은 다른 몸이 아픈 어르신 26명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것이다. 이는 그가 오랜 세월 쭉 해오고 있는 일들이다.

    그의 주요 봉사 공적은 1999년부터 무료급식소 및 노인복지관 급식 봉사와 2007년부터 독거노인 안부전화 및 병원 진료 동행, 2008년부터 독거노인 댁 밑반찬과 국 배달 활동, 2013년부터 독거 장애 어르신 생신상 차려드리기, 2015년부턴 조손가정 등에 장학금 연계활동 등이 있었다.

    “장군동에 어머니손맛이라고 반찬가게가 있어요. 제가 처음에는 ‘팔다 남은 것 있으면 저 좀 주면 안 되냐고. 제가 이리이리 독거 노인들에게 봉사를 한다. 도와주면 필요한 집에 아주 보람있게 잘 전달하겠다’ 했더니, ‘왜 남은 것을 주느냐고, 몇 인분 필요하냐’고 해서 지금까지 13년째 매주 화요일마다 15명분의 국과 반찬을 후원해주고 계시지요. 또 월영동에 있는 시월반찬 가게도 10명분 밑반찬을 6년 넘게 계속 후원해주고 있어요. 제가 여태 도시락을 배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참 고마운 분들이 계셔서 가능했어요. 덕분에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식사하고요.”

    김숙자씨가 나눔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김숙자씨가 나눔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단지 남들보다 봉사를 많이 한 것은 그저 처한 환경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란다.

    “제가 결혼하고 나서 10년 동안 아이가 안 생겨서 고생을 좀 했어요. 시간이 많다 보니 봉사를 시작했죠. 35살에 딸을 낳아 금지옥엽 키웠어요. 열심히 키웠는데, 딸이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어요. 유학을 보냈다가 미국에 안착해서 가정을 꾸린 거예요. 우리 시대 엄마들은 자녀가 있으면 손자를 봐줘야 하고 밑반찬 김치를 해줘야 하고 친정엄마들이 할 게 많은데, 저는 아이가 늦게 생겨서 시간이 많았고 하나 키운 것이 미국에 안착하니 뒷바라지할 일이 없으니까요. 결론은 가정적으로 봉사하기 딱 좋은 여건이 됐을 뿐이에요. 남편에게 참 고맙죠. 봉사하러 다니는 데 남편은 싫은 내색 안 하고 격려를 해줬죠. 퇴직하고 나서는 나보다 더 힘내가며 봉사를 함께 해줘서 참 고마워요. 앞으로 저는 봉사를 받을 사람과 봉사하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으면 해요. 후배들이 봉사할 수 있게 길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요즘 날씨가 추운데, 어르신들께 꼭 밥을 드시고 약도 잘 챙겨 드시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힘내세요. 제가 손을 꼭 잡아드릴게요.”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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