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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2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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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편견의 색안경을 벗고- 이종훈(광역자치부장)

  • 기사입력 : 2021-03-09 19: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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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 문방구 앞을 지날 때마다 눈을 뗄 수 없는 물건이 있었다. 색안경이다. 셀로판지를 붙여 만든 건데 너무 멋있게 보였다. 그걸 쓰면 딴 세상이다. 내가 원하는 색깔대로 세상이 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걸 쓴 아저씨를 봤다. 그는 지팡이도 짚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이었다. 옆에 있던 친구들이 수군거리며 피했다. 그 뒤부터 색안경을 쓰지 않았다. 색안경은 시각장애인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의 시작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경계를 했다. 지금은 정반대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옆에는 아예 가지 않고 신고까지 한다. 또 다른 편견이었다. 편견은 특정 집단에 대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이나 견해를 가지는 태도를 말하는데 인류가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 인공지능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편견을 학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 미국의 IBM사 도브린 부사장은 온라인 간담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AI(인공지능) 모델을 운영하려면 편견을 학습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검증하기 위한 기업의 정책과 기준, 역할이 정리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편견 없이 공정해야 신뢰할 수 있는 AI라는 것이다.

    편견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더 많은 색안경을 가지게 됐고 집단 간 갈등을 일으키는 매개로 작동하고 있다. 인종차별에 민족주의까지 갖가지 색깔로 뒤범벅되어 표출되고 있다. 중국이 바이러스의 진원지라고 알려진 이후 서구 여러 나라에서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거나 손가락질, 욕설에 구타 등 폭력까지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인류의 진화 초기 단계에서부터 무리를 지어 살아오다보니 경쟁자나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해 내부자와 외부자의 구분은 매우 원초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인류의 편견이 증폭돼 왔다고 한다.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에 대한 적개심과 편견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어떤 한 집단에만 치우쳐 그 집단의 가치나 이해관계를 지지하면서 자신은 항상 옳은 편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가 지나쳤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정치적 편견까지 파고들면서 색안경 색깔은 더 짙어져 원색이 되고 있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등 무지개 색깔이 총동원되어 대한민국을 물들이고 있다. 정치적 편견은 이상한 색깔로도 진화됐다. 이른바 빨갱이·종북·이념 오염 등 ‘색깔론’이다. 더욱이 선거철만 다가오면 상대방을 비방하는 흑색선전이 도를 넘으면서 정치판은 진보-보수 프레임이 덧칠된 진흙탕이 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이 여기에 기름을 부으면서 사회적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민 마음은 시커먼 숯덩어리가 되고 있는데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보고 싶은 색만 보려다 보니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편견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색안경에 덧씌워진 정치·사회적 편견을 하나씩 벗겨 내고 상대방의 색깔도 존중하는 배려심도 가져야 자신만의 색깔도 찾을 수 있다. 장애를 가졌다고, 피부색깔이 다르다고, 다른 이념을 가졌다고, 다른 동네에 산다고 색안경을 쓰고 봐서는 안 된다. 편견의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모두 함께 눈부신 열린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종훈(광역자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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