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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0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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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마음속에 살아남는 말- 허철호(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1-03-02 20: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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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호야, 오랜만이다.”

    몇해 전 중학교 친구의 어머니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였다.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그곳에서 나를 보자 바로 내 이름을 부르며 악수를 청했다. 친구와 나는 이날 만남이 중학교 졸업 후 처음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난 친구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어색한 표정의 내 모습을 보고 그 친구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상주인 친구가 그를 내게 소개했다. 자리에 앉아 예전 중학생 시절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친구와 함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일 등 많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얘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기억들 속에 폭력 등 잊혀지지 않는 고통의 기억들도 있을 것이다.

    “20년 전 일이라 잊으려고 했지만, 가해자가 나온 방송을 보고 피해 당시 꿈을 꿨다. 지금까지 트라우마를 겪는 내 자신이 불쌍해서 꿈에서 깬 후 오열했다.”

    “당시 피해로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고, 1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는데 가해자들은 사과 한마디 없이 TV프로그램에 나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트로트 가수 경연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와 여자배구 스타 선수인 쌍둥이 자매에게 초·중학교 시절 폭력에 시달린 사람이 SNS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체육과 연예계 스타들에게 학창시절 폭력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방송이나 스포츠 분야에서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줬던 스타들이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괴롭혔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학교폭력으로 문제가 된 가수 경연 프로그램 참가자는 행사 주최측이 경연에서 제외시켰고, 쌍둥이 여자배구 선수들에 대해서는 경기 출전정지조치가 내려졌다.

    학교폭력과 관련해서 최근 정부도 학교 폭력을 저지른 학생 선수는 영구 퇴출하거나 선수 선발과 대회 참가 등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이번 참에 모두가 나서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잇따르는 학교폭력 사태를 보면서 스포츠와 연예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폭력적인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의 상하 관계나, 갑을 관계에 있는 사람들 간에 발생하는 언어폭력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언어폭력 가해자들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위협적인 말 등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준다.

    박준 시인의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타인에게 별 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학창시절의 친구들과 내가 살아오면서 알게 된 많은 사람들에게 나와 관련해 기억되는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 반가운 말일까? 설레는 말일까? 두려운 말일까? 여러분은 사람들에게 어떤 말로 기억될 것 같습니까?

    허철호(문화체육뉴미디어영상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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