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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22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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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강원 인제 용대황태

칼바람 맞은 너, 내 입맛 녹인다

  • 기사입력 : 2021-02-05 08: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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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주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찾아온 1월 중순 어느 날. 하얀 입김을 토해내자 당장이라도 ‘쩍’ 소리를 내며 하얗게 얼어붙게 할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 그런 날이다.

    칼바람에 온 사방은 눈까지 쌓여 마치 겨울왕국을 연상케하는 인제군 북면 용대리. 여기가 대한민국 황태의 메카다. 해발 1700m가 넘는 백두대간 설악산 안쪽 부분에 자리한 용대리 황태마을 사람들은 올 들어 첫 추위가 찾아오자 얼굴에는 오히려 활기가 돌았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있는 황태덕장. 강추위 속에 덕장에 걸린 명태가 맛깔스러운 황태로 무르익고 있다./인제군/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있는 황태덕장. 강추위 속에 덕장에 걸린 명태가 맛깔스러운 황태로 무르익고 있다./인제군/

    “올해는 날씨가 추워 황태가 풍년이겠어. 추위가 이렇게 반가울수가 없어.” 황태덕장에 명태를 내거는 이른바 덕걸이를 하고 있는 다리골황태덕장 김재식(61) 대표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그는 20여년째 한 곳에서 황태덕장을 운영하고 있다.

    용대리 덕장 사람들에게 추위는 반가운 손님이다. 최상급 황태를 만드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강추위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는 포근한 겨울날씨 탓에 황태농사도 망쳤고 상품 질도 낮아 고생했다”며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능숙한 솜씨로 황태를 거는 그의 표정에는 칼바람이 얼굴을 매섭게 때려도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올해 60만 마리 명태를 걸고 황태로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다.

    인제 용대황태에 갖가지 양념을 입힌 황태구이./인제군/
    인제 용대황태에 갖가지 양념을 입힌 황태구이./인제군/

    지리적으로 용대리 황태마을은 46번 국도인 진부령과 56번 지방도 미시령을 경계로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명태를 잡아 냉동된 상태로 운반해 와 덕장에서 말리면 황태가 된다. 지대가 높고 추위 등 기후적인 영향으로 용대리 150여 가구의 주민들은 일찌감치 밭농사와 함께 황태를 가공해 팔아 주요소득원으로 삼고 있다. 용대리 황태마을에서 가공 및 생산되는 용대황태는 생산량만큼이나 맛도 으뜸으로 꼽힌다. 고소하고 단백한 맛과 쫄깃한 육질은 구이와 황태국, 채로 만들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용대황태는 용대리 일대 약 20만㎡, 6만2000여평 부지에 있는 20여개 덕장에서 만들어진다.11월에서 이듬해 4~5월까지를 한 철로 볼 때 약 3000만마리의 명태가 용대리 황태마을에서 황태로 변신한다. 예전에 동해에서도 명태가 잡혔지만 1980년대 이후 급속한 지구온난화로 한류성 어류인 명태는 북태평양 오오츠크해 및 캄차카해역으로 올라갔다. 이에 따라 사실상 용대리 황태마을로 들어오는 명태는 거의 대부분 러시아산이다. 부산항으로 들어온 명태는 배를 가르는 할복작업을 거쳐 냉동보관한 뒤 12월 말께 덕장으로 옮겨진다. 덕장에서 건조에 돌입한 명태는 4월까지 약 4개월간 말리는 기다림을 거쳐 황태로 탄생한다.

    용대황태의 유래는 정확한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지만 지역주민들은 1960년대 말 용대리에 황태덕장이 만들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함경도 원산이 주산지였던 명태가 6.25전쟁을 거치면서 피난온 함경도 사람들이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고향의 맛을 찾다, 함경도와 날씨가 비슷한 진부령 일대에서 황태를 만들어 먹은 것을 기원으로 본다.


    ‘대한민국 황태 메카’ 용대리 일대 덕장서
    러시아산 명태 3000만마리 황태 변신


    ‘눈·추위·바람’ 3박자 맞아야 고품질
    수십 차례 팽창·수축 반복 쫄김함 더해
    구이·황태국·채 등 다양한 요리 일품


    용대황태가 맛있는 이유는 눈, 바람, 추위로 꼽는다. 세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품질 좋은 황태가 만들어지는 만큼 덕장사람들은 황태산업을 흔히 ‘날씨와 동업한다’고 한다. 영동과 영서의 경계면인 용대리는 지역적 특성으로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린다. 고지대로 겨울철 기온도 낮고 바람도 거세다. 영하 15도와 영하 2도를 오르내리는 동안 덕장에 걸린 명태에 쌓인 눈이 얼었다 녹으면서 명태에 수분을 공급한다. 수십차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게 되면 그만큼 쫄깃한 맛을 내게 된다. 이때 강한 바람은 명태를 잘 마르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바람이 없으면 명태가 마르지 않아 상하게 된다.

    명태는 이름도 다양하고 그에 걸맞게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생선으로 유명하다. 바로 잡아올린 명태는 생태로도 불린다. 그물로 잡으면 망태, 봄에 잡았다고 춘태로도 부른다. 가울에 잡으면 추태, 명태를 얼리면 동태, 말린 것이 흰색이면 백태, 검은 색을 띠면 먹태다. 명태 새끼는 노가리로 부르고 반건조상태로 내놓으면 코다리라해서 찜으로 요리해 먹는다. 명태알은 명란으로 창자는 창난으로 가공해 반찬과 재료로 쓰이며 간장은 어유를 만들기도 한다.

    북어는 명태를 그냥 건조시킨 것이라면 황태는 추운 겨울 밖에 내다 말리며 기온의 고저차와 바람, 눈으로 공급하는 수분으로 수일동안 반복해 만들어진다는 차이가 있다. 그만큼 시간과 정성이 수반돼야 만들어지는 최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인제 황태포.
    인제 황태포.
    인제 황태포.
    인제 황태포.

    덕장에서 최적의 기후조건으로 잘 마른 황태의 겉은 바삭한 촉감이지만 속살은 부드럽다. 갖은 양념으로 황태를 재워 구워내면 황태구이가 된다. 채로 만들어진 살을 들기름에 살짝 볶은 뒤 무와 콩나물, 두부 등을 넣고 끓이면 마치 사골처럼 뽀얀 국물을 내는 황태국이 된다. 황태국은 특히 술꾼들 사이에서는 숙취 해소와 해장에 최고의 음식으로 꼽힌다.

    인제군 용대리에서는 해마다 5월 말에서 6월 초를 전후해 황태를 주제로 한 황태축제를 개최한다. 겨울 내내 한파를 이겨내고 신비로운 음식재로료 태어난 황태를 전국 소비자에게 알리고 최고의 맛과 영양으로 보답하려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축제다.

    축제에서는 황태의 건조과정을 보고 체험도 하고 용대리 주민들의 인심과 정도 듬뚝 느낄 수 있는 자리로 매년 방문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축제 개최 여부는 관계자들의 논의를 거쳐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대한민국 청정 힐링의 고장 인제에서 겨울철 별미 황태요리를 맛보는 것도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에 주는 위로가 아닐까.

    강원일보=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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