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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2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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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칼을 품은 사오정들- 김일태(시인)

  • 기사입력 : 2021-01-11 21: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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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대 전후로 눈치 없이 말귀를 잘못 알아듣거나 한 번에 남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둔한 사람을 두고 ‘형광등’이라 불렀다. 스위치를 올려도 금방 불이 들어오지 않고 몇 초간 깜빡거리다 밝아지는 형광등에 빗댄 말이다.

    이 ‘형광등’은 2000년을 전후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면서 ‘사오정’으로 진화했다. 학술적으로는 사회생활에 적응 못 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사람을 ‘사오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주 딴소리 엉뚱한 소리를 해서 분위기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재미있는 얘기를 해도 한참 지나서 웃는 사람, 속된 말로 ‘뒷북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이질적인 성향을 빗대어 상상 속에 사는 사람이란 뜻의 ‘4차원’이라고도 부른다.

    전문가 중에는 ‘형광등’이나 ‘사오정’들을 일컬어 보통 이상으로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일 수 있다고도 하지만 대체로 마음이 불안하거나 딴생각이 가득해 저 스스로 자신의 마음속에 갇힌 사람이라는 쪽에 무게를 크게 둔다.

    이런 ‘사오정’의 미련하고 드센 고집을 두고 ‘벽창호’와 연결하기도 한다. 이는 아는 것이 별로 없던지 학습능력이 부족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런 둔한 사람이 믿음을 가질 때는 매우 위험한 흉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원인은 잘못 알아듣는 데에 있지만 내가 제대로 듣지 못하는 말은 모두 ‘나를 욕하는 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정치권과 소위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이 ‘사오정’이 기승을 부리며 우리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세상은 급속히 발전하여 내일이 불확실한데, 변화에 적응하기는커녕 이들은 낡은 과거의 틀이나 습관과 이념,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서 ‘오기’와 ‘증오’로 의견을 달리하는 다수를 적이나 악으로 간주하고 무차별로 공격을 하여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피로한 국민을 더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국민의 의식이나 바람은 저만치 가 있는데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생각이 깜빡거리는 듯 시대착오적인 망발로 빈축과 손가락질 받는 그들은 정말 무지해서 그런 행동을 취하는 것일까? ‘탐욕은 사람을 장님으로 만든다’는 속담처럼 정치적 야욕이 그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을까?

    정치판과 기득권층에서의 ‘사오정’이나 ‘형광등’은 악의 없이 어울리는 우리 사회 친목 모임에서의 그들과는 거리가 멀다. 옛말에 ‘입에는 꿀, 배에는 칼’이라고 했듯이 그들이 겉으로는 어눌한 것 같고 모자라는 것 같아도 그 허술함 뒤에는 우리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목적의 칼 같은 무서운 지략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새해 새로운 마음으로 희망을 설계하자는 덕담들이 오가는 시기이다. 정치권의 얘기만 곧이곧대로 들으면 곧 지상낙원이 펼쳐질 것만 같다. 그렇지만 대부분 코로나와 경제난, 주택문제 등으로부터 탈출과 희망을 갈구하는 우리 국민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쉬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오래전 깜빡거림을 줄여주면서 강력한 에너지로 형광등을 밝게 해 주던 스타터(starter)라는 조명기구처럼 정치인들의 좌고우면 하는 깜빡거림에 자극을 주면서 세상을 환히 맑게 해 줄 장치는 없을까? 이는 말할 필요도 없이 여론과 투표일 것이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자기 성찰과 자기 계발을 할 때만이 사오정은 손오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막연한 긍정적 비전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목표와 함께 분열이 아닌 우리 함께 뭉쳐 도전할 수 있는 올 한 해 손오공의 지혜가 표출되기를 희망한다.

    김일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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