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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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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대학 입시, 제도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장성진(창원대학교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9-12-09 20: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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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소리가 울리고 별등불이 반짝이면 한 해를 마감하는 분위기가 뜬다. 매년 이 무렵을 주도하는 화제는 대학 입시이다. 수학능력 시험이 끝나고, 성적이 발표되고, 복잡한 과정이 동반된 입시가 진행된다. 수험생들은 기대와 성취에 들뜨기도 하고, 아쉬운 탄식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두 달 남짓 긴 입시를 계속하는 것이다. 오십만 명의 수험생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친척들까지 신경을 모으니 가히 국민적 관심사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예년과 많이 다르다. 학원가는 물론 수험생과 관련된 수많은 기획 상품과 행사도 이전과 같지 않다는 여론이다. 체감 경기 침체와 생활 패턴 변화 등 원인이야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언론의 동향을 들고 싶다. 이 몇 년 사이에 언론 특히 텔레비전의 보도는 온통 정치 문제에 묶여 있다. 정쟁이 전쟁 수준이다. 문제는 거기에 입시 관련 사건이 얽혀 있고, 이렇다 할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불신과 혐오감을 가지게 한 점이다.

    이번 정권 출발 초기부터 그 핵심 인물의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정확하게 말해서 의혹이란 사법적 행정적 절차를 거쳐서 범죄로 확정될 수도 있고, 반대로 깨끗이 해소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의혹이라는 단계를 서로 인정하고 중시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의혹의 상태로 방치된 기간이 너무 길고, 그들에 대한 지지자와 반대자 집단의 거친 말싸움은 계속된다. 거기다 어느날 통치자의 입시제도상 정시모집 비율 확대 발표 보도가 불쑥 나왔다. 물론 특정인이나 사건과 무관한 원론적 정책이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의혹이 커지자 시민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졌다. 그리고 반응도 갈라졌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과 그런 걸 이제야 아느냐고 빈정대는 사람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해소하기 어렵다. 그만큼 불신이 크다는 뜻이다. 불신의 대상은 물론 사람이지만, 그 근저에는 제도에 대한 것도 있다. 현재의 입시제도는 매우 복잡하다. 수시와 정시, 입시사정관 전형과 학생부 전형, 학생부와 논술, 농어촌 전형과 외국 유학생 전형 등 입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외에는 고등학교의 교사나 대학의 직원들조차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니 차라리 수능시험 하나로 통일하자는 주장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은 학생을 선발하기도 하고 동시에 유치도 해야 한다. 대학의 정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입학할 학생은 지속적으로 줄어든 결과이다. 경쟁률이 높을 때 대학은 일반적인 기준으로도 우수한 학생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반대로 지원할 자원이 줄어든 상태에서는 지원자가 가진 자질 중 특정 영역이 우수하면 그 점에 주목하여 받아들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은 입학 정원과 지원자 숫자를 저울질하는 상태이다. 그리고 대학과 학과에 따라 처지가 확연히 다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자료를 반영하는 수시모집과, 수능시험에 의존하는 정시모집을 대학이 보다 자율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수능시험의 최대 장점은 공정성이다. 이에 비해 각종 자료의 장점은 적합성이다.

    단순한 수급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역간 차이가 현격한 고등학교의 교육 여건, 이미 성인으로 성장한 다문화가족 자녀 등 원천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 늘고 있다. 학생을 선발하든 유치하든 공정성과 적합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사는 곳이나 부모의 직업, 경제적 빈부 같은 외적 요소가 작용할 수 있는 스펙을 무한정으로 요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정성을 해치게 마련이다. 학생 스스로의 노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되, 정상적인 학업을 수행하면서 여가활동으로 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입시는 제도보다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

    장성진(창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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