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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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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지역 콘텐츠의 개발과 활용- 장성진(창원대학교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9-10-21 20: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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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래에 문화 분야에서 지역 콘텐츠 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름이 다소 낯설지만 꾸준히 이어져온 향토 내지 지역 문화 조명 사업을, 오늘날의 매체와 도구에 힘입어 확대하는 일이다. 사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행정기구와 민간 단체로 다양화되고, 참여하는 인력의 숫자와 기능이 급격히 향상되어 양적 팽창이 이루어지며, 지원과 보급이 확대되어 성과가 자못 크다.

    콘텐츠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에 더해서 문학,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의 소재와 어느 단계까지 가공된 내용물을 아울러 붙인 이름이다. 그것을 드러내어 주는 스토리라는 용어도 그렇다. 치밀한 구성의 문예 작품이 아니라 소재의 느슨한 연결 정도로서, 앞에서 든 여러 영역에 활용되는 얼개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영역으로 발전하거나 영역을 엮어서 종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점에서 역사학적 고증이나 문예 창작 등과 차별화된다. 이러한 콘텐츠나 스토리는 지역의 문화로 개발되면서 동시에 활용된다.

    개발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지역에 있는 유형무형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여 검증하는 일이다. 이를 가공하여 수준 높은 예술품 또는 유용한 문화상품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곧 콘텐츠 개발이다. 향토사학자나 어떤 일에 오래 종사해온 직업인은 이 작업의 훌륭한 안내자이다. 향토사학자는 지역 사정에 밝고 이미 자료를 많이 축적해 놓았으며, 그중에는 고증이 미비하거나 정치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드러낼 수 없던 자료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작가들은 이러한 소재를 구성하여 문예 작품으로 완성시키며, 그림이나 영상 제작자들은 이들 1차 또는 2차 콘텐츠를 시각 예술로 표현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발자의 의욕이 넘쳐서 원콘텐츠의 실존성을 넘어서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지나친 윤색과 미화, 상상에 의한 허구적 구성은 더 이상 지역의 문화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의 창작품이기 때문이다. 허구는 의도하지 않게 문화 향수자를 속이거나 문화 자체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만드는 데 이른다.

    활용의 측면에서는 지방 행정이나 나아가 국가의 정책에까지 반영하기도 하고, 문학 작품이나 영상물로 유통되기도 하며, 관광 등 산업이나 홍보물로 쓰이기도 한다. 개발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과정에서 오류나 왜곡이 이루어지는 것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객관성 없는 미화나 이념적 지향이 반영되기 쉬운 까닭이다. 이러한 오류는 주로 작품으로 완성된 문예나 영상을 원자료의 기록으로 되돌리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즉 이미 가공된 문학작품이나 영상물을 현실로 인정하려는 태도이다.

    가령 우리가 익히 아는 정몽주의 시조 단심가는 실존 인물과 사건과 작품에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콘텐츠이다. 그렇지만 친구를 문병하러 찾아간 자리에서 그 친구의 아들과 노래를 주고받는다는 설명을 사실로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선현을 몰상식한 인물로 만드는 일이다. 더 나아가 창작성이 더 가해진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고 살리에르를 질투심에 사로잡힌 사악한 간접살인자로 몰아서는 안 된다. 단심가에 문학적 감동을 더하기 위해 이야기가 곁들여지고, 아마데우스에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인물을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지역의 콘텐츠는 지역민의 흥미와 관심뿐 아니라 다수의 참여로 이루어진 문화적 실체이다. 이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일은 객관적 사실과 순수 창작을 포괄하면서 삶 자체를 승화시키는 중요한 작업이다. 본래의 취지에 충실한 작업은 상업적 성패를 떠나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 때문에 진지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장성진(창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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